▲ 임송재   변호사
▲ 임송재
변호사
산업혁명 이후 사용자들이 상대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었던 근로자들을 착취하는 임금 계약을 체결하였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 관련법에 사용자가 근로자와 불공정한 임금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도록 각종 규정을 마련하였다.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통상임금도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공정한 근로조건을 마련하기 위하여 법이 규정한 개념이다.

‘통상임금’이란 근로자가 근로의 대가로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받는 기초임금을 말한다.통상임금은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 등 각종 초과근로수당 산정과 퇴직금 액수를 산정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사용자는 노동비용을 줄이기 위해 근로자를 압박하여 통상임금의 범위를 축소하려 하기 쉽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대법원은 2013년에 “법이 통상임금을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사가 합의로 통상임금의 범위를 결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고 이러한 판단은 통상임금이 규정된 목적을 고려할 때 타당한 판결이라 할 것이다.

문제는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는 대신 임금을 올리기로 하는 등 노사가 진정으로 합의하여 통상임금의 범위를 정한 경우 노사의 합의에 반하여 통상임금의 범위를 정하게 되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노사가 합의한 임금 수준을 훨씬 초과하는 임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법원은 “신의성실의 원칙을 적용하는 것을 수긍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노동자가 추가 법정수당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시하여 노사 합의 내용 등을 감안하여 법원이 최종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런데 ‘신의성실의 원칙을 적용하는 것을 수긍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라는 것이 모호하고 불확정적이라서 위 대법원 판결 이후 법원에 따라 판결이 엇갈리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었다.

혹자는 대법원의 모호한 판결 때문에 통상임금의 범위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고 비판하지만 법원이 법적 타당성을 상실하여 판결을 한 것이 아닌 이상 법원 판결 자체를 비판할 수는 없다.오히려 자칫하면 한국 경제를 휘청거리게 할 수 있는 문제를 법원의 판결에 맡긴 채 뒷짐만 지고 있었던 정부,국회,사용자,근로자가 지금의 사태를 촉발시킨 측면이 더 크다.

현재 통상임금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인 기업들이 100여 곳이 넘고,통상임금 범위 확대에 따른 기업의 노동비용 증가액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만큼 언제까지나 법원의 판결만 기다리며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결국 통상 임금의 범위는 입법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고,기존의 통상임금 관련 분쟁은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법이 규정하고 있는 근로자들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노사정 합의를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지금처럼 법원이 판결로 통상임금의 범위를 기업의 사정에 따라 정할 수밖에 없겠지만 이 경우 노사 모두가 불확실한 상황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만큼 노사정을 비롯한 국회,시민단체들이 통상임금 문제 해결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겠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