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행   오대산 월정사 부주지스님
▲ 원행
오대산 월정사 부주지스님
평창은 지정학적으로 우리 오천년 역사 속에서 전통문화의 핵심적인 도량(道場) 역할을 해왔다.조선 후기에 오대산 사고(史庫)가 만들어진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오대산 사고는 임진왜란 이후 건립된 우리나라 4대 사고 중 하나인데,조선 시대 기록유산의 정수를 보여주는 조선왕조실록과 의궤가 보관되어 있다.또 오대산은 우리 불교와 유교의 중심지이기도 하다.일제강점기 때는 오대산에 주석하였던 한암 선사가 화엄사상을 바탕으로 일제(日帝)에 큰 경종을 울리곤 했다.조선총독부의 고위관료들이 오대산에 왔다가 한암 선사로부터 꾸지람을 받고 갔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맞아 많은 아이디어들이 오가고 있다.하지만 무엇보다도 평창은 전통과 현대가 잘 어우러진 세계 문화의 중심이자 보고(寶庫)로 만들어야 한다.역사적인 관점으로 보나 지정학적인 관점으로 보나 평창 동계올림픽은 우리 역사의 진행 속에서 필연이다.따라서 우리나라를 찾는 세계인들에게 평창의 전통문화와 정신을 보여주고 체험할 수 있게 해야 한다.그런 역할을 2018 동계올림픽이 반드시 맡아야 한다.한중일 불교회의는 지난 9월 6일 서울 봉은사에서 제20차 회의를 열고 세계평화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기원하는 법회를 봉행했다.이 법회도 평창 동계올림픽이 추구하는 평화와 문화의 계승이라는 점에서 맥을 같이 하고 있다.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은 2020도교 하계올림픽과 2022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시발점으로서 서양 중심의 문화에서 동북아의 문화가 중심이 되는 대변화의 발원지가 될 것이다.

그 동안 양극단을 다투었던 동서냉전의 문제는 동서독 통일과 소련의 붕괴로 막을 내렸지만 한반도에서만큼은 현재진행형이다.최근에는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과 그에 따른 강대국 사이의 힘겨루기가 더욱 강화돼 한반도에 암울한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남북문제는 우리만의 문제도 아니고 동북아만의 문제도 아니다.세계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다.미·중·일·러 등 세계 강대국들과 UN 안보리가 북핵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것은 이 문제가 세계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현대인들은 지난 100년 동안 악할 대로 악해지고 삶보다는 죽음을,상생보다는 경쟁과 탐욕에 길들여져 왔다.이것이 군사적 대립으로 이어졌고 2차 대전과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인륜적 살상으로 나타났다.과학기술의 진보가 삶과 정신의 진보를 담보하지 못했다.오늘날 세계인의 삶을 보면 답은 이미 나와 있다.이제는 지난 100년의 삶을 반성하고 성찰해야 할 때이다.전통문화와 정신,도덕을 복원하고 승화시켜야 한다.그 중심에 평창이 있다.소승은 일전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평창 평화선언’을 제안했지만,평화선언의 밑바탕에는 우리 전통문화가 있어야 한다.철학이 없는 선언은 주장에 불과할 뿐이다.그 철학을 우리 평창이 간직하고 있는 반만년 전통사상과 문화가 맡아야 하고 또 충분히 그럴 수 있는 깊이를 가지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사후가 더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자칫 강원도의 고민거리만 남겨놓고 말지도 모른다는 우려인데 평창 동계올림픽을 우리 전통문화와 정신,그리고 그에 바탕을 둔 평화의 중심지로 만든다면 올림픽 이후 평창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 미세먼지,황사 등 베이징의 환경문제 때문에 베이징에서는 경기만 하고 관광은 평창으로 올 수도 있다.오대산 산하(山河)에는 평화를 염원하는 반만년 민족의 맥과 정신이 곳곳에 묻혀있다.우리는 그 보석들을 찾아 잘 세공해야 할 필요가 있다.이것은 이념과 지역과 종교에 구애됨이 없는 것이다.평화와 문화는 앞으로 인류가 걸어가야 할 길이다.현대인이 백년 만에 찾은 영혼의 안식처라는 평창을 평화와 전통문화와 정신을 살리고 치유의 중심으로 만들자는 제안을 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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