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섭   경제부장·부국장
▲ 김기섭
경제부장·부국장
요즘 강원도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단지 100여일 앞으로 다가온 2018 평창동계올림픽 때문만은 아니다.올림픽을 앞두고 수도권에서 동쪽으로 시원하게 뻗은 고속도로의 영향이 크다.과거 전국민들의 무의식 속에 ‘오지’로 각인됐던 강원도는 동서를 가로지르는 교통망이 확충되면서 서서히 오명(?)을 벗고 있다.지난 6월말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으로 서울에서 90분이면 동해바다를 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지면서 동해안 주요도시들도 기존 여행지 개념에서 벗어나고 있다.관광지마다 여행객들로 북적이면서 내수경기가 살자 부동산 경기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고속도로 개통 전후로 동해안 토지 가격이 뜀박질하기 시작했고 최근 분양한 속초의 한 아파트는 1억원대의 웃돈이 붙을 정도로 투자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속도의 변화가 만들어낸 현상이다.

올해 12월이면 전 국민의 이목이 한번더 강원도에 집중된다.지금까지 서울에서 강릉가는 기차는 청량리에서 강릉 정동진까지 무려 5시간이 넘게 걸리는 무궁화호가 유일했다.하지만 연말 서울 강릉 고속철도(KTX)가 개통되면 1시간 10분이면 주파가 가능하게 된다.산허리를 감아돌던 철길이 곧게 펴지고 열차 속도를 시속 80㎞에서 250㎞로 3배 이상 높인 결과다.서울에서 마음만 먹으면 한 나절사이에 강릉에서 점심과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이다.2024년에는 춘천과 속초간 93㎞ 구간을 철도로 연결하는 시속 250㎞의 춘천 속초 고속화철도가 놓이게 된다.험악한 산악지형 때문에 교통 오지로 남을 수 밖에 없었던 강원도에서 속도의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서울과의 접근속도가 빨라지면서 영동지역 관광지도 덩달아 몸값이 올라가고 있다.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이후 휴일마다 비가오면서 피서철 해수욕장 입장객이 줄기는 했지만 전체적인 관광객 유입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8월 한달동안 고속도로 출구인 양양JC를 이용한 차량은 50만여대로 개통 후인 7월 44만여대보다 6만대 가까이 늘었다.개통 후 속초의 대표적인 항구 대포항에는 예년보다 두배 많은 관광객들이 몰렸다.주변 토지와 주택도 거래량이 증가하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지중해만큼 아름다운 동해가 제대로 빛을 보기 시작했고 커피의 거리 강릉,서퍼의 천국 양양,한국의 나폴리 삼척 등 동해안 관광지들도 스스로 진화를 시작했다.

동해안이 ‘고속’으로 진화하고 있는 사이 영서 내륙지역은 변화의 속도 때문에 오히려 얼어붙었다.국도 44호선을 타고 인제 자작나무 숲으로 줄지어 가던 관광객들이 고속도로를 타고 영동지역으로 빠진 탓이다.10년 전 미국 디즈니 픽사가 만든 애니메이션 ‘카스(CARs)’에서도 같은 장면이 나온다.‘ROUTE 66’ 하이웨이가 건설되면서 사막에 버려진 도시 ‘레디에이터 스프링스’와 서울양양고속도로 주변 도시들이 오버랩된다.‘옛날에는 목적지까지 가는 여정 자체가 여행’이었지만 도로가 고속화되면서 주변 도시들은 고속도로의 그늘에 가려지고 말았다.

영서 내륙지역은 경기 침체와 함께 인구소멸 위기에도 직면해있다.관광객들에게 ‘여정’의 재미를 안겨주지 못한다면 이 도시들은 지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동해안 도시들이 과거 관광지 틀을 벗어던지고 진화의 발걸음을 내딛은 것처럼 이들 도시들도 변화를 추구해야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경기가 살고 일자리가 생기면서 인구도 유입될 것이다.그래야 교통망 개선효과로 동해안이든 내륙이든 함께 잘사는 강원도가 될 수 있다.이들 도시들이 관광객들이 ‘목적지를 향해 여행하는 과정’을 즐길 수 있는 ‘킬러 콘텐츠’를 개발해 과거의 영화를 되찾기를 기대해본다. 김기섭 경제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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