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쌀 재고량이 올해 사상 최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농사는 해마다 풍년이 드는데 소비량은 갈수록 줄어들면서 재고가 늘어나는 것이다.당장 다음 날 끼니를 걱정해야 했던 때가 먼 옛날의 이야기도 아니다.70년대까지만 해도 쌀 한 톨이라도 더 생산하는 것이 국가 목표였다.다수확 품종을 개발하고 분식 장려운동까지 폈다.쌀을 덜 소비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던 점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이다.

지난 4월 농림축산식품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현재 쌀 재고량은 정부 양곡 233만t과 민간 재고 118만t을 포함하면 총 352만t에 달한다.1970년 통계가 작성된 이후 사상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쌀 재고량은 당시 다수확 품종인 통일벼가 보급되면서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고 1980년에 100만t을 돌파한다.그러나 소비는 줄고 수입 개방까지 겹치면서 재고량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생산은 느는데 소비가 줄면서 엄청난 수급 불균형을 불러온 것이다.이 때문에 쌀값이 크게 떨어지고 농가의 소득기반이 위협받는 악순환이 벌어진다.정부의 정책 또한 정반대로 바뀐다.증산정책에서 생산을 조절하는 쪽으로 선회한 것이다.내년부터 쌀 생산조정제를 도입해 2019년까지 재배 면적을 10만㏊ 줄인다는 고육지책을 내놓기에 이른다.전체 재배 면적 75만5000㏊의 8분의 1에 해당한다.

최근 소비촉진을 위해 서울의 대학가에서는 불고기와 채소를 곁들인 1000원짜리 아침밥 메뉴가 등장했다고 한다.아침식사를 거르는 20대 젊은이들이 50%에 이른다는 점에 착안 쌀 소비도 늘리고 청년들의 건강도 챙기겠다는 것이다.어제 전북 김제에서는 소출은 적으면서 벼의 섶이 큰 사료용 벼를 개발해 시연회를 열었다.다수확에서 소량생산으로 30여 년 만에 주곡인 쌀의 입지가 뒤바뀐 것이다.

그러나 쌀은 단순히 단일품목의 수급문제로 풀 수 없다.오랜 역사와 문화가 녹아있고 환경과 치수효과를 비롯한 식량 외적인 기여가 크다.무엇보다 우리나라 전체 곡물자급률이 여전히 30%를 밑돈다는 점에서 식량안보의 문제가 제기된다.좀 멀리 내다보면 북한은 여전히 먹는 문제가 당면 과제다.남북이 쌀 때문에 같고도 다른 고민을 안고 있는 것이다.쌀 문제 해결에 통일로 가는 비밀이 있다고 본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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