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 농사에 사위까지 발 벗고 나서는 것이 우리 농업,특히 쌀농사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 같아 만감이 교차한다.그래도 지인들이 공유하고 있는 밴드를 통해 한 박스 두 박스 주문 들어오는 것을 보니 이심전심으로 통하는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마침 추석 명절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때다.전 같지는 않다고는 해도 택배가 늘어난다.소포장 쌀 선물이 전에 비해 유독 눈에 띄는데 다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정부의 수매창고가 가득 차고 의무할당 수입물량은 받아야 하고 농협을 처다 봐도 묘책이 없긴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쩌다 쌀이 본질적인 가치와는 상관없이 이리 밀리고 저리 채 이는 신세가 되었나 싶다.참 안타까운 일이다.쌀은 우리의 주식이며 모든 식량의 으뜸이자 상징이다.식량 하면 쌀이고 쌀 하면 식량으로 통한다.기분에 따라 그러는 것이 아니라 실질이 그러하다.한의학에서는 사람의 몸이 정(精),기(氣),신(神),혈(血)로 구성되는 것으로 본다.정은 물질,기는 기운,신은 정신,혈은 기름의 역할을 한다.눈여겨보면 쌀이 그 핵심에 내포돼 있다.정과 기 모두에 쌀 미(米) 자가 있다.사람이 정기가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다 쌀에서 나온다.
사람이 살려면 곡기(穀氣)가 있어야 한다.같은 말이지만 죽기로 작정한 것을 곡기를 끊는다 한다.사람의 정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 곡기인데 그게 곧 쌀이다.입맛을 자극하는 먹을 것이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고기 요리를 먹고 사람의 총기가 생겨나지 않는다.쌀은 한 톨 한 톨이 생산되기까지 사람의 정성이 가미(加味)된다.쌀 미(米)를 뜯어보면 八十八(88)이 되는데 여든 여덟 번의 손이 간다고 풀이한다.요즘사람이 자꾸 허약하고 부실하단 소릴 듣는 것도 곡기가 부족한 탓이 아닌가 생각한다.이참에 나도 몇 박스 주문해야 하겠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