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간의 긴 추석 명절 연휴가 끝나간다.오늘은 그 유례없이 길었던 휴식의 마지막 날이다.이 하루가 지나면서 들뜬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잠시 손을 놓았던 일터로 복귀해야 할 시간 앞에 서 있다.긴 휴지(休止)의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끝내려면 아쉽고 허전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람 마음이다.예전과 달랐다고 하지만 떠나고 돌아오는 여정 모두 밀리고 막히고 쉽지 않은 길이다.

10여 일 연휴를 보내는 동안 9월이 가고 10월이 왔다.이 시월은 초하루부터 아흐레 간 휴일이 이어지면서 곧 바로 중순부터 시작된 것 같다.연휴를 보내는 동안 계절 또한 성큼 건너뛴 것 같은 착시현상에 빠져들게 한다.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이 감돌고 설악산에서 시작된 단풍이 그 농도를 더해간다.남녘을 향하여 번져가는 채색에도 가속이 붙는 것 같다.자연은 쉬는 듯 쉼 없이 여전히 그러하다.

아직 한동안 가을을 더 즐기고 싶지만 계절은 오래 머물지 않을 것이다.멈춘듯하지만 머물지 않은 것이 시간이고,왔는가 하면 어느 새 가는 것이 계절이다.우리의 몸은 가을의 시간을 밟고 있지만 절기는 이미 겨울을 품고 있다.어제(8일)가 바로 찬이슬이 맺히기 시작한다는 한로(寒露)다.찬바람을 맞은 단풍은 한층 붉어지고 여름 철새들은 떠날 시간이 됐음을 몸으로 안다.이렇게 한 계절이 오고간다.

열흘이 지나면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이다.미세하지만 하루하루 강도를 높여가던 찬 기운이 결정체로 바뀌는 것이다.상강은 24절기 가운데 18번째이자 입동(立冬) 직전의 절기다.긴 연휴를 낀 이 시월이 기실 겨울을 준비하는 의미가 적지 않다.끝내는 혹한의 정점에 이를 겨울을 앞두고 찬바람과 서리를 내려 내성(耐性)을 갖게 하는 것이리라.곧 다가올 시간을 예고하고 퇴로를 열어 주는 것이다.

자연은 어딘가에 이런 말미를 남긴다.계절은 활동을 하나둘 거둬들이고 동장(冬藏)에 들어갈 것이다.봄여름이 발산의 계절이었다면 가을과 겨울은 수렴의 시간이다.발산과 수렴의 무한 반복이 곧 자연이다.추석 연휴 동안 고향으로 혹은 해외로 흩어졌던 사람들도 이제 일상으로 회귀하게 된다.떠나고 돌아오는 기운이 교차하며 새로운 일상이 시작될 것이다.연휴 마지막 날 모두 좋은 하루가 되길 빈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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