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농업은 흔히 농촌 지역공동체 내부의 사회 통합(social inclusion)을 가능케 하는 매체적 활동이었다.그런데 현재의 농촌에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라,일부러라도 장려해야 할 사회적 지속가능성의 필요조건이 됐다.도시에 사는 사람도 농업이나 농촌의 생활을 친숙하게 알고 이해하던 시절이 있었다.지금은 그렇지 않다.더불어 농업·농촌에 대한 친숙함,공감,우호적 입장도 줄어들었다.이 같은 농업과 사회의 이격(離隔),즉 농업의 사회적 위기가 경제적·환경적 위기와 함께 한국 농업이 직면한 삼중 위기를 구성한다.사회 통합의 필요성 그리고 농업의 사회적 위기,그 두 요소가 사회적 농업 논의의 배경을 이룬다.

사회적 농업은 사회 통합을 지향하는 농업이다.일자리가 없는 이를 농장에서 고용해 영농에 종사하게 하는 실천을 ‘노동통합형 사회적 농업’이라고 한다.정신적·신체적 장애가 있거나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농업의 치료적 요인과 결합된 돌봄(care) 및 치료(theraphy) 서비스를 농장에서 제공하며 재활을 돕는 실천을 ‘돌봄 사회적 농업’이라 한다.직업이 필요한 이에게,혹은 아동·청소년 등에게 농사를 가르쳐 직업을 얻게 하거나 농업·농촌에 대한 정당한 가치 인식을 얻도록 돕는 실천을 ‘교육 사회적 농업’이라고 한다.

노동통합형 사회적 농업 실천이 사회적 경제 부문에서 일어나고 있다.농업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자활기업 등의 사회적 경제 조직이 200개쯤 될 듯하다.어린이,청소년에게 농업을 알려주려고 운영하는 교육농장(pedagogical farm)도,어쨌든 621개나 된다.직업 교육훈련으로 농업을 가르치는 교육농장(vocational training farm)의 수는 적지만,최근 청년 신규취농 지원 정책이 형성되면서 늘 듯하다.돌봄형 사회적 농장은 유럽에서 사회적 농업의 대표적 유형으로 자리를 잡았는데,한국에서는 그 수가 극히 적다.그러나 최근 싹이 트고 있다.농민 또는 그들의 협동조직이 만성 정신질환자,장애인 등에게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사회복지기관이 농업활동을 직접 수행하면서 사람들의 재활을 도모한다.

사회적 농업(social farming)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81번째 국정과제 ‘누구나 살고 싶은 복지 농산어촌 조성’의 세부 내용으로 포함된 것이 그 징표다.어떤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할까?첫째,사회적 농업 정책의 대상 범위를 적절하게 정해야 한다.사회적 농업의 개념은 폭넓게 정의할 수 있지만 정책이 접근해야 할 영역을 넓게 잡을수록 실행의 구체성은 떨어진다.둘째,사회적 농업 영역에서 어떤 주체를 지원할 것인가의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개별 농가의 여건이 불비(不備)한 상황을 고려하면,여러 주체들이 협력하는 협동조합 방식의 사회적 농업 주체 형성 전략이 적실할 듯하다.셋째,사회적 농업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대부분 공공적 성격을 지닌다.곧잘 소개되는 네덜란드,이탈리아,벨기에 등의 돌봄 사회적 농업이 활성화된 데에는 서비스 제공에 대한 보상 메커니즘을 공공 부문이 체계화시킨 것도 한몫했다.서로 다른 분야의 이해당사자들이 협력해서 창의적인 대안을 만들어내는 사회혁신의 분위기가 성숙돼야 그 같은 제도 변화도 가능할 것이다.넷째,제도 정비의 완급 문제가 있다.사회적 농업이 일정한 법제 정비와 더불어 확산될 것임은 분명하지만,현실에서 드러나는 실천의 두께를 고려해 법제 정비의 타이밍을 결정해야 한다.실천은 박약한데 지원 정책만 급하게 추진해서 알묘조장(?苗助長)이 되거나,복잡한 자격 제도나 과잉 규제를 만들어서 실효 없는 제도로 전락하고 만 사례들을 우리는 이미 숱하게 경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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