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희 일산동중 3년

매일 우울한 그녀를 위해 친구가 한 사이트를 추천했다.‘픽 차일드’.그곳은 인공지능으로 만들어진 아이를 살 수 있는 사이트였다.그녀는 인공지능이라는 것이 매우 생소했고 왜 이런 걸 판매하는지 의아했다.첫 단계에서는 피부,눈동자,머리카락,입술 등의 색을 마치 게임 캐릭터를 만드는 것 처럼 고를 수 있었다.키 109㎝에 18㎏.머리카락은 길고 눈에는 짙은 쌍꺼풀.그녀가 만든 아이는 자신의 친딸과 매우 흡사했다.그녀와 남편은 육아와 일 때문에 예민했다.싸우는 날이 점점 많아졌고 결국 둘은 이혼을 하게 되었다.일을 그만 두어야 했던 그녀는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정이 좋지 않아 남편에게 아이의 양육권을 빼앗겼다.그녀는 집과 돈,그토록 원했던 아이까지 잃어 절망에 빠졌었다.이혼 후 그녀는 다시 직장을 구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초인종 소리가 났다.문을 열어보니 문 앞에는 그녀의 종아리까지 오는 큰 상자가 놓여있었다.상자에는 ‘픽 차일드’라는 로고와 함께 파손주의 경고문이 새겨져 있었다.상자를 열자 가장 위에 설명서가 있었고 그 밑에는 잠을 자고 있는 것 같은 모양의 아이가 누워있었다.설명서에 적힌 대로 아이를 세운 뒤 손목을 눌렀다.아이는 눈을 떠 그녀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그녀와 아이는 식탁에 마주앉아 밥을 먹었다.다만 아이는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먹지 못했다.그녀는 아이와 밥을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그런데 아이는 한참을 말하다가 갑자기 도중에 말을 멈췄다.아이는 시간이 멈춘 것 처럼 입을 벌린채 눈을 감고 그대로 방전이 되어버렸다.그녀는 아이에게 충전기를 꼽았다.

아이와 함께 산지도 일 년이 되었다.그녀는 한 살을 더 먹게 되었지만 아이는 일 년이 지난 지금도 다섯 살이었다.그녀는 점점 자신을 좋아해주고 잘 따르는 아이가 사람으로 느껴졌다.생긴 것,촉감,목소리 모두 누가 말하지 않으면 인공지능이라는 것을 모를 만큼 완벽했다.아이와 밖에 나갈 때면 많은 사람들이 그녀와 닮았다고 얘기했다.아이는 그 말이 얼마나 좋은지 방방 뛰어댔다.그녀도 그런 말을 들을 때면 기분이 좋았다.아이는 절망에 빠졌던 그녀의 외로움을 달래준 희망이었다.그녀에게는 아이가 이미 친딸과 같은 존재가 되어있었다.

전화가 왔다.외국에서 온 국제 전화였다.휴대폰 너머로 전 남편의 목소리가 들렸다.뜬금없이 그는 그녀의 안부를 묻더니 갑자기 자신의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이혼 후 미국에 가서 살게 되었다고.딸이 어느 덧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어 엄마와 전화를 하고 싶다고 해서 걸게 되었다고.그녀는 잠시 생각했다.휴대폰에서 딸의 목소리가 들렸다.그녀는 무언가 이상했다.딸은 그녀를 엄마라고 부르면서 얘기했다.그녀는 지금 말을 하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넌 누구니? 내 딸은 지금 내 앞에 있는데.”

그녀는 눈동자 속에 아이의 얼굴이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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