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희 일산동중 3년
초인종 소리가 났다.문을 열어보니 문 앞에는 그녀의 종아리까지 오는 큰 상자가 놓여있었다.상자에는 ‘픽 차일드’라는 로고와 함께 파손주의 경고문이 새겨져 있었다.상자를 열자 가장 위에 설명서가 있었고 그 밑에는 잠을 자고 있는 것 같은 모양의 아이가 누워있었다.설명서에 적힌 대로 아이를 세운 뒤 손목을 눌렀다.아이는 눈을 떠 그녀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그녀와 아이는 식탁에 마주앉아 밥을 먹었다.다만 아이는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먹지 못했다.그녀는 아이와 밥을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그런데 아이는 한참을 말하다가 갑자기 도중에 말을 멈췄다.아이는 시간이 멈춘 것 처럼 입을 벌린채 눈을 감고 그대로 방전이 되어버렸다.그녀는 아이에게 충전기를 꼽았다.
아이와 함께 산지도 일 년이 되었다.그녀는 한 살을 더 먹게 되었지만 아이는 일 년이 지난 지금도 다섯 살이었다.그녀는 점점 자신을 좋아해주고 잘 따르는 아이가 사람으로 느껴졌다.생긴 것,촉감,목소리 모두 누가 말하지 않으면 인공지능이라는 것을 모를 만큼 완벽했다.아이와 밖에 나갈 때면 많은 사람들이 그녀와 닮았다고 얘기했다.아이는 그 말이 얼마나 좋은지 방방 뛰어댔다.그녀도 그런 말을 들을 때면 기분이 좋았다.아이는 절망에 빠졌던 그녀의 외로움을 달래준 희망이었다.그녀에게는 아이가 이미 친딸과 같은 존재가 되어있었다.
전화가 왔다.외국에서 온 국제 전화였다.휴대폰 너머로 전 남편의 목소리가 들렸다.뜬금없이 그는 그녀의 안부를 묻더니 갑자기 자신의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이혼 후 미국에 가서 살게 되었다고.딸이 어느 덧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어 엄마와 전화를 하고 싶다고 해서 걸게 되었다고.그녀는 잠시 생각했다.휴대폰에서 딸의 목소리가 들렸다.그녀는 무언가 이상했다.딸은 그녀를 엄마라고 부르면서 얘기했다.그녀는 지금 말을 하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넌 누구니? 내 딸은 지금 내 앞에 있는데.”
그녀는 눈동자 속에 아이의 얼굴이 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