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혜인 경기 고양예고 2년

가을에는 자꾸 감기에 걸렸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그런 새벽에는 숲으로 가는 꿈을 꾸었다.

대추나무가 한 그루 심긴 숲이었다.
명패가 올려진 묘가 있는

죽으려 했다고,그래서 안경을 부러뜨렸고
내가 늘 침착할 수 있는 거라고
그런 철 지난 말을 쏟아냈다

깨어나면 엄마가 대추차를 끓여줬다
엄마는 종종 명패의 이름으로 나를 불렀다.
생대추 세 개가 탁자 위를 굴러다녔다.남은 생,대추 세 개가
엄마는 더 이상 나를 이름으로 부르지 않았다.딸,
내가 생대추를 집어 어금니 쪽으로 밀어넣고 씹듯이.그렇게나 리드미컬하게 딸,하고 나를 부른다

부러졌다가 붙은 늑골에서 숨이 끓는다
찻잔을 들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머리칼을 끌어와 얼굴을 덮었다.
완전한 어둠이었다
차는 자꾸 김을 내며 식어간다.방 안의 냄새를 집어삼키며 점점.
열이 자꾸 올라간다.어떻게 말할 수 없도록 점점
내 목의 구덩이에 발만 묻는 상상을 했다
대추나무 한 그루가 심긴 숲에 있듯

울음이 나다가도
투명하다는건 죄가 되어서,나는 얇은 옷을 몇 겹이나 덧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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