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신인문학상 당선자 한자리
정식 작가 등단 기쁨·책임감 느껴

▲ 작가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출발점에 선 2017김유정신인문학상 당선자들이 지난 12일 김유정문학촌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한자리에 모였다.사진 왼쪽부터 박그루(동화),안광숙(시),최나하(소설)씨.
▲ 작가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출발점에 선 2017김유정신인문학상 당선자들이 지난 12일 김유정문학촌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한자리에 모였다.사진 왼쪽부터 박그루(동화),안광숙(시),최나하(소설)씨.
결과 발표 보름 전부터 낯선 번호로 전화가 오면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기다리던 전화가 아니란 걸 확인할 때마다 ‘이 길은 너의 길이 아니야’라고 말하는 것 같아 깊은 절망에 빠졌다.수차례의 좌절에 지쳐갈 무렵 드디어 수화기 너머로 ‘당선 축하드립니다’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안광숙(46·시 부문)씨는 그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할 거라고 회고했다.“다 큰 아들이 보고 있는데도 저도 모르게 주저앉아 비명을 지르듯 펑펑 울었어요.더는 불안해하지 말고 계속 시를 써도 된다고 허락을 받은 듯한 느낌이었어요.”

지난 12일 시상식을 가진 2017김유정신인문학상에 응모된 작품은 모두 988편.이 중 단 3편만이 심사위원의 손을 통과해 독자를 만났다.문학의 계절 가을,선배 작가 김유정의 혼이 깃든 춘천 실레마을 김유정문학촌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작가’라는 새로운 이름을 받아든 당선자들은 ‘작가님’이라는 칭호에 어색해하면서도 이제는 마음 놓고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며 활짝 웃어 보였다.등단의 기쁨은 절망과 결핍 속에서 피어났다.박그루(38·동화 부문)씨는 시련이 있었기에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일이 뭔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글을 쓰며 마음을 추슬렀어요.그러다 다니던 직장에서 희망퇴직을 하게 됐어요.안타까웠지만 그때 이후에 저 스스로를 제대로 돌아보고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일,그 길로 달려보자는 용기를 낼 수 있었어요.”

1000만원의 상금을 받은 단편소설 부문 당선자 최나하(53)씨는 가족이 소설을 쓰게 하는 힘이 됐다.“대학생 때,온몸을 전율하게 하는 연극을 한 편 본 후 나도 저런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그 후로 습작으로 몇 편의 글을 썼지만 그게 계속 이어지진 않았어요.그런데 아이가 태어나고 나니까 할 말이 없더라고요.‘꿈을 가져라’라고 말하자니 ‘그러는 나는 뭘 했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그래서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이제까지보다 앞으로 쓸 글이 더 많은 신인 작가들이 세상에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어떤 걸까.안광숙씨는 ‘살아가는 일이 버겁고 힘든 사람들의 가슴 속에 한없는 위로와 따뜻함을 심어줄 수 있는 한 톨의 씨앗 같은 시’를,최나하씨는 ‘적어도 내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했다.박그루씨는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좋은 동화를 꿈꾼다고 말했다.“어른들 마음 속에도 미처 자라지 못한 아이가 있다고 생각해요.모든 사람들에게 희망과 따뜻함을 줄 수 있는 좋은 글을 쓰고 싶어요.” 최유란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