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360여 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은 영화 ‘남한산성’의 흥행가도가 여전하다.1636년 일어난 병자호란은 임진왜란과 함께 영화의 소재로 많이 사용된 역사적 사건 중 하나다.특히 중국의 ‘명-청 교체기’라는 국제정세의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함에 따라 전쟁과 농성,치욕스런 항복의 과정을 겪은 병자호란은 극적 반전이 필요한 영화적 소재로 삼기에 충분하다.

영화 남한산성은 국가적 위기에도 대립과 분열을 거듭하고 있는 당시 조정상황을 극적으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오늘의 한반도 현실과 비교되며 관객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그리고 영화에 대한 사람들의 입질도 많았다.그런데 같은 영화를 본 정치인들의 영화평은 서로 달랐다.박원순 서울시장은 “얼마든지 외교적 노력으로 전쟁을 예방하고 백성의 도탄을 막을 수 있었는데,민족의 굴욕과 백성의 초래한 자들은 역사의 죄인이 아닐 수 없다”며 명분만을 내세운 지도자의 무능과 무책임을 지적했다.당시의 척화파를 지금의 보수세력에 빗대어 비판한 것이다.

반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나라의 힘이 약하고 군주가 무능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백성의 몫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무능한 군주에 대한 비판에 방점을 두었다.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치란 무엇인가,외교란 무엇인가,지도자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한다”며 남한산성을 현 시대와 견주기 보다는 미래지향의 관점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척화파와 주화파의 갈등은 정보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색다른 평을 내놓기도 했다.

사실 영화 남한산성이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척화파와 주화파의 얘기가 아니다.명분과 실리에 따른 대립은 전체 구도를 상징하는 것이었고,그보다는 조선 사대부의 이념적 근간이 됐던 중국을 향한 일방적 사대에 대한 민중의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 것이었다.굳이 오늘과 비교하자면 전쟁의 원인과 전개과정 속에서 도탄에 빠진 백성들의 실정을 들여다 보는 것이요,그 결과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지도층의 태도를 적나라하게 폭로하는 것 아닐까 싶다.

엄중한 한반도 상황에서 한 편의 영화를 두고 정파적 이해에 따라 아전인수식 해석을 하는 풍토가 유감이다. 천남수 사회조사연구소장 chonns@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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