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된 개척지에서 러시아 한인 이주역사 상징 관광코스로
이주민 블라디보스크 개척리 정착
러 강제폐쇄로 이동 ‘신한촌’ 조성
한민족연구소 1999년 기념비 세워
강제이주 출발역 소재 ‘우수리스크’
현재 고려인 후손 2만여명 거주

▲ 고려인 3세대인 이웨체스라브 블라디보스토크 한인회장이 신한촌에 건립된 ‘고려인 기념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창현
▲ 고려인 3세대인 이웨체스라브 블라디보스토크 한인회장이 신한촌에 건립된 ‘고려인 기념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창현
독립운동의 거점 ‘블라디보스토크 신한촌’

‘동방을 정복하라’라는 뜻을 담고 있는 블라디보스토크는 러시아 한인 이주역사와 독립운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역사적인 땅이다.블라디보스토크역은 모스크바까지 달리는 9288㎞ 구간의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시발점이자 종착역이기도 하다.시간을 거슬러올라가면 블라디보스토크 일대는 한때 우리 민족의 정통국가인 발해가 지배하던 낯설지 않은 지역으로 기록돼 있다.

1863년 두만강을 건너 러시아 포시에트만을 통해 이주를 시작한 한인들은 연해주 남부에 위치한 항만도시인 블라디보스토크 개척리(開拓理)에 터를 잡았다.개척리는 1874년 블라디보스토크시 아무르만변에 생긴 ‘까레이스카야 슬라보드카’라는 한인 거주지역으로,새 땅을 개척한다는 의미에서 불려졌다.

그러나 1911년 러시아 당국이 콜레라를 구실삼아 개척리 한인 정착지를 강제 폐쇄하자 한인들은 이 마을에서 북쪽으로 3~4㎞ 가량 떨어진 시 외곽 산비탈에 새롭게 마을을 조성했다.이곳은 향후 한인들의 중심지이자 구한말 항일독립운동의 성지라고 불린 ‘신한촌(新韓村)’이 되었다.요즘으로 보면 ‘코리안 타운’(Korean Town)인 셈이다.

본지 취재팀이 지난 달 방문한 신한촌 일대는 화려했던 한인거리를 찾아볼 수 없었다.1937년 스탈린이 연해주에 거주하던 한인을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시킨 이후 거주인구가 급속도로 줄었기 때문이다.그나마 마을 중앙도로인 하바롭스카야 거리를 따라 가면 1999년 해외한민족연구소가 설립한 ‘신한촌 기념비’가 옛 고려인들의 역사를 대변하고 있다.이 탑은 남·북한과 해외동포를 상징하는 높이 3.5m 가량의 대리석 기둥 세개와 그 옆에 탑의 의미를 설명하는 비문으로 조성됐다.현재는 러시아 한인의 역사를 상징하는 관광코스로 활용되고 있다.

고려인 3세대인 이웨체스라브(63) 블라디보스토크 한인회장은 “고려인 강제이주 80년을 맞은 올해를 기점으로 신한촌 관광객이 북적 늘었다”며 “한민족의 노래 ‘아리랑’을 통해 단결하고 저항해 온 고려인의 역사가 재조명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지난 2009년 우수리스크에 조성된 ‘고려인 문화센터’
▲ 지난 2009년 우수리스크에 조성된 ‘고려인 문화센터’
고려인 문화중심지 ‘우수리스크’

블라디보스토크 북쪽 약 112㎞ 지점에 위치한 우수리스크는 최근에 고려인 후손들의 문화예술·경제 중심지라고 할 수 있다.조선후기 두만강을 넘어 이주한 한인들은 당시 벼농사가 불가능한 곳이라고 여긴 동토를 수이픈 강에서 물을 끌어들이고 종자를 개량해 황금들판으로 만들어 현지인들을 놀라게 했다.무엇보다 우수리스크는 역사적으로 대한민국 최초로 임시정부가 있던 곳이고 중앙아시아 강제이주 출발역이 소재한 곳이기도 하다.

이 처럼 우수리스크는 고려인 역사에 상당한 의미가 있는 지역으로,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된 고려인들이 1990년대 구소련 붕괴 이후 다시 연해주 고향을 찾아 돌아오는 고려인들의 귀환지로 변모했다.이 때문에 우수리스크는 현재 고려인 후손 2만여명이 거주하고 있는 ‘연해주 고려인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1995년 우수리고려인 민족문화자치회 내 ‘아리랑가무단’이 결성돼 우수한 문화예술인들이 배출되기도 했다.특히 지난 2009년 러시아 한인이주 140주년 기념관인 ‘고려인 문화센터’가 건립돼 러시아 한인들의 한글교육과 문화예술공연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아리랑가무단을 창단한 김발레리아(57) 고려신문 편집장은 “고려인문화센터의 교육프로그램 중 단연 아리랑 노래와 가무가 최고의 인기프로그램이다”며 “고려인들의 행사에 초청공연을 하게 되면 강원도아리랑의 곡조가 빠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블라디보스토크/박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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