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부터 상차림까지… 군민이 직접 차린 토종 밥상
각계각층 500명 이상 초대
도토리묵·편육·토마토 식혜
테이블보 하나까지 지역 담아
민관 하나돼 큰 축제 마무리
바야흐로 농촌은 지금 축제의 계절.저마다의 풍요로운 수확을 자축하고 다음해의 안녕을 기원하는 잔치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그 중에서도 철원군은 매해 철원군민의 날을 즈음하여 군민 화합 한마당의 잔치인 ‘태봉제’를 열고 있는데 올해로 35회째를 맞아 지난 12일에서 14일까지 성황리에 개최됐다.사흘간의 다양한 축제 프로그램 중 첫날 개막 축하공연 직전에 철원군을 찾아주시는 귀빈들과 군의 각계각층에서 초대된 내빈들을 위한 환영 만찬이 전통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올해는 더욱 특별한 만찬으로 준비됐다.‘태봉의 기백, 천년을 넘나들다’라는 큰 주제 속에 ‘스며들다, 철원’이라는 만찬의 주제를 테마로 예년에 비해 두 배가 넘는 500인 이상의 손님들이 초대되는 특별 만찬이 거행된 것이다.
이번 특별 만찬이 더욱 특별할 수 있었던 점은 바로 철원의 이름으로 철원군민들에 의해 철원의 질 좋은 로컬푸드로 상차림을 완성했다는 점이다.게다가 만찬장인 철원실내체육관의 식공간 연출과 테이블세팅 부분에도 철원스런 모티브들을 활용해 철원을 온전히 담는 정성을 보이기 위해 센터피스 하나까지 공을 들였다.철원의 대표적 상품인 오대쌀과 벼, 현무암,그리고 철원의 군목인 잣나무로 콘셉트를 잡은 센터피스는 찬란한 오방색 테이블보 위에서 계절감과 철원의 상징성을 잘 표현해 내 손님들에게 이번 만찬을 오래도록 각인하게 되는 하나의 열매가 돼 주었다.또한 철원이 가장 번성했던 시기의 옛 철원구방지도가 멋스럽게 재탄생 돼 군목인 잣나무와 함께 연출된 행사장 입구는 옛 철원의 번성을 다시 한번 기원 하는 많은 이들의 염원이 담긴 포토존이 자연스레 형성됐다.
만찬의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음식은 철원의 로컬 식재료들로 메뉴가 구성됐다.특히 정연리 마을의 부녀회에서 손수 씨 뿌리고 가꾼 농산물들로 만찬의 메인 음식들을 장식했는데 흰 민들레 잎 샐러드부터 새벽 콩 손두부,도토리묵,토종 된장과 다슬기로 맛을 낸 가을 아욱국,철원 쿨포크 편육,영양 보쌈김치,수삼튀김과 전류,잣을 갈아 넣은 한우 떡갈비에 토마토 식혜까지 십여분의 부녀회원들이 500인 이상의 음식을 차질없이 온전히 준비할 수 있었던 것은 부녀회장님을 중심으로 평소 단련된 화합의 결과일 것이다.게다가 떡갈비 아래 깔아 장식한 솔잎이며 떡과 과일의 주전부리 대나무합 안의 장식용 쑥잎까지 세심하게 준비 하는 열정은 웬만한 푸드스타일리스트 그 이상의 전문가다운 면모였다.
이처럼 500인을 위한 아니 철원을 위한 이번 만찬은 누구 하나를 중심으로 진행됐다기보다 민관이 협력하여 준비하며 그 과정 안에서 또 하나의 우리들만의 큰 축제를 경험한 뜻 깊은 행사였다.단순히 하나의 행사를 치른 것 그 이상으로,일의 분배를 떠나 마음의 조각조각이 모이고 뜻이 합체를 이룰 때 불가능해 보이던 일들까지 가능해지는 기적을 우리는 경험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