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지인의 전원주택에서 열린 ‘Music&Talk Concert’는 특별했다.일단,망설임이 없었다.20여 명 남짓한 참석자들은 주저 없이 손을 잡고 웃음을 건넸다.처음 보는 낯선 얼굴인데도 긴장하지 않았다.준비된 음식은 소박했고,사람들은 친절했다.고추부각과 오이김치,메밀부침,잡채,버섯요리,열무김치는 서로의 온기를 전하고 나누는데 부족함이 없었다.어느 한 손에서 버무려지지 않고,각자의 손에서 맛깔스럽게 탄생한 음식들.그 음식은 이 입,저 입으로 분주히 빨려들며 ‘맛-있-다’는 감탄사를 이끌어냈다.소곤소곤 귀엣말과 술잔 부딪치는 소리,낙엽지는 소리에 밤이 깊었다.

콘서트는 달빛과 어우러지며 운치를 더했다.모닥불로 피어올라 연기처럼 퍼지던 선율.그 리듬에 맞춰 20여 명의 뮤지션들은 각자의 음색으로 서로를 다독였다.먼 과거에서 끌어낸 추억을 새로운 기억으로 다듬은 것이다.분명,그날의 모습은 그랬다.서로에게 건넨 언어는 부드러웠고,이야기는 꾸밈이 없었다.말이 음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던 시간.서로의 가슴을 베던 날선 언어가 음악이 되고 시가 되다니….사람과 사람이 빚어낸 가슴 뭉클한 풍경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Music& Talk Concert’는 사람과 사람의 연대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일깨운 작은 ‘사건’이었다.사람답게 사는 게 무엇인지를 알려준 드라마였다.‘춘천’이라는 공간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이 헬스와 마라톤,탁구,여행,음악을 함께 하며 삶의 가치를 공유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따랐을 것이다.갈등이 없었을 리 없다.가끔은 관계를 깨고 무리에서 벗어나고 싶었을 것이다.그러나 그들은 서로에 대한 인내와 배려,나눔을 통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콘서트를 탄생시켰다.그들 스스로 힐링과 치유의 무대를 만든 것이다.

그날 한 분이 이런 말을 했다.“산다는 것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일이며,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과정이 바로 인생”이라고.그 분의 말은 험하고 각박한 세상에 던진 뉘우침이자 깨달음이다.마음 둘 곳 없는 사람들이 거리를 방황하고,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세상.사람들은 이해와 배려가 사라진 그런 사회를 두려워 한다.그러나 그 날 그 집은 달랐다.서로를 향한 음악이 별처럼 쏟아지고 또 돋았다.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던 늦은 밤까지도.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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