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석준   춘천지방법원 기획·공보판사
▲ 이석준
춘천지방법원 기획·공보판사
모든 법률은 이를 제정한 해당 국가의 역사와 문화 및 사회양상을 반영하고 이는 형법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필자가 2017년 8월 10일자 칼럼에 도박범죄의 처벌규정에 관해 소개하면서 했던 말인데 여기서 소개할 마약범죄에 대해서도 그대로 인용한다.

우리나라에서 마약범죄에 관한 처벌을 규율하고 있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는 마약 등을 제조·매매하거나 제조·매매 목적으로 소지한 자를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법률 제58조 제1호),단순 마약을 소지·운반 및 사용한 경우에는 마약의 종류에 따라 10년 이하 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있다(법률 제60조,제61조).다만 실무적으로 매매하거나 사용한 마약의 양이 적고 초범이면 대부분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있다.

외국의 입법례를 살펴보면 중국 형법은 1㎏ 이상의 아편이나 50g 이상의 필로폰 등을 판매·제조를 하는 경우 최고 사형(무기징역,15년 이상의 징역형도 가능)에 처하고 있고 실제로도 사형을 많이 집행한다.대표적으로 2009년 12월경 고든 브라운 당시 영국 총리까지 나서 영국인 마약사범에 대한 사형 집행을 막으려고 하였음에도 중국 정부는 사형을 그대로 집행했다.반면에 영국,미국의 경우에는 유기 혹은 무기징역형만 규율한다.결국 법정형만을 기준으로 본다면 중국의 처벌 정도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강하고 우리나라와 영·미의 경우는 유사한 것처럼 보인다.그렇다면 중국의 마약범죄에 대한 엄한 처벌은 어떤 이유로 생겨난 것일까?

중화민국 정부에서는 일찌감치 1935년 마약을 제조·운반·판매한 자에 대해 사형을 규정한 마약퇴치실시방법을 공포한 것으로 볼 때 그 역사는 비교적 깊은 것으로 보이고 특히 청나라 시대의 아편전쟁과 관련이 커 보인다.즉,1784년으로 돌아가보면 당시 영국에서는 차(茶)세를 대폭 인하한 법률이 통과됐고,그 결과 유럽에서는 차를 마시는 습관이 일반화됐다.이에 따라 청나라에서는 대영무역을 통해 많은 양의 차를 수출,대량의 은이 청나라로 흘러들어가 무역역조 현상이 심화됐다.이에 영국의 동인도회사에서는 모직물을 식민지인 인도에 수출하고,다시 인도에서 재배한 아편을 청나라에 수출하고 난 다음 대신 차를 영국으로 수입하는 3각 무역의 형태로 문제를 해소했고,그 결과 해마다 청나라의 아편수입이 증가하고 청나라의 은이 외부로 유출됐다.청나라 당국은 영국상인의 아편을 몰수해 불태우는 등 강경책을 사용했고,반발한 영국은 1840년과 1856년 두차례에 걸쳐 청나라를 상대로 아편전쟁을 일으켜 승리했다.그 후 몸집이 큰 청나라를 상대로 부담감을 느끼던 프랑스,독일 등 유럽의 열강들도 전쟁을 일으켜 청나라에 굴욕적인 불평등조약을 체결,중국대륙은 유럽 각국의 영향력 하에 놓이게 된다.아편전쟁 이전에는 1000만 명의 아편중독자가 있었는데,이후에는 상류층·하류층을 막론하고 모두가 아편을 피우는 풍조가 만연화돼 수천만 명이 아편을 사용하고 아무도 일을 하지 않아 국가경제가 파탄나고 결국 신해혁명 등으로 인해 청나라는 망하게 된다.이렇듯 중국에서는 아편을 비롯한 마약 사용에 대해 전국이 뒤흔들릴 정도의 충격적인 기억이 있었고,따라서 단순 소지 또는 사용에 대해 사형을 선고할 정도로 매우 강력한 법적 처벌을 부과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아편 등의 마약 때문에 국가가 뒤흔들릴 정도의 문제는 없었고 가해자 격에 해당하는 영국이나 일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중국에 비해 비교적 경한죄를 선고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현재의 사법시스템만으로도 마약 사용을 상당히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고 마약 사용이 심화되고 사회적으로 문제될수록 마약 사용 및 소지행위에 대한 실제 처벌형량도 더욱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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