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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와 인력의 재배치

이성근 2017년 10월 25일 수요일
▲ 이성근   성신여대 교수
▲ 이성근
성신여대 교수
2003년,우리는 그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흥미로운 주제의 책을 접하게 된다.‘고령화 쇼크(박동석 외)’라는 책이다.고령화 문제에 대해 단 한번도 심도있게 생각해보지 못한 상태에서 이 책은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고령화’ 그것이 도대체 무슨 문제란 말인가?이는 과학과 기술이 준 축복이 아니던가?고령화가 무슨 문제가 된다는 것인가?

쿠마이의 무녀,시빌레에게 사랑에 빠진 아폴론은 그녀에게 묻는다.“당신의 소원이 무엇인가?”그의 능력을 알고 있는 시빌레는 한줌의 모래를 보여주며 이만큼 살게 해달라고 요구한다.아폴론은 시빌레의 소원대로 수명연장이 가능하게 해줬지만 시빌레는 그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았다.화가 난 아폴론은 시빌레가 젊음을 유지하지 못한 채 늙어가게 했고,결국 시빌레는 매미처럼 작아진 모습으로 아폴론 신전에 매달려 있게 됐다.사람들이 그녀에게 다시 물었다.“당신의 소원이 무엇이냐”고.그녀는 다시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죽고싶다”고.

알렉산더가 인도의 한 철학자에게 물었다.“얼마나 살고 싶은가?”철학자는 주저없이 대답했다.“죽는 것이 사는 것보다 나을 때까지”라고.누가 축복이라고 알려진 수명의 연장의 꿈이 재앙이라고 생각했겠는가?기술의 급격한 변화에 비하면 속도가 느린 인구구조의 변화는 그 변화를 감지하는데 어려움이 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에 대한 준비를 잘 하고 있는가?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출생자 수는 약 40만 명이지만 올해는 그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된다.정부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지출하고 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또 이러한 출산율 정책은 단기간에 효과를 내는 것이 불가능하다.프랑스의 초기 출산율 정책은 직접적인 출산율 증가에 초점을 맞췄으나 90년대 중반에는 가족의 복지와 사회안전망을 중심으로 하는 정책으로 전환했다.이러한 장기간의 출산율 정책시도는 시행착오를 거치며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프랑스의 정책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단순한 출산율의 증가가 아닌 가족중심의 거시적 복지정책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저출산이 초래하는 문제점은 여러 가지가 있다.저출산은 고령인구의 비율을 높게 만들고,이는 연금이나 노인 부양과 같은 경제적 문제,세대 간 갈등으로 연결된다.즉,고령화는 저출산과 연결돼 있으며,이는 결국 국가적 재앙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그러나 저출산 문제를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 볼 수 있다.바로 고령인구에 대한 작업정책을 통해서다.

고령화는 정년연장,임금피크와 같은 정책적 대안으로 청년실업의 원인이 되기도 하며,때로 청년실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기퇴직이 새로운 고령인구 문제로 대두된다.이러한 연결고리는 인력의 재편으로 일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즉,고령인구의 신체적 조건과 경험을 고려한 직무 재배치가 청년실업과 고령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다.

고령화로 물리적 실제 근로가능 기간은 증가하지만,사회적 정년 연령은 크게 상승하지 않기 때문에 ‘생물학적 노화와 사회적 노화의 비대칭’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즉,생물학적으로 나이가 들어 정년을 맞이하더라도 실제 사회적 활동이 가능한 고령인구가 증가할 것이다.추상적이긴 하지만 정년 이후에도 조직 내에서 이전 경력이나 직무와 전혀 다른 형태의 ‘제2의 경력’ 혹은 ‘제2의 직무’를 시작할 제도적·정책적 시도가 필요하다.고령인구의 적절한 인력재배치는 청년실업과 고령화의 문제,그리고 그 속도는 늦겠지만 저출산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며,고령화의 재앙을 덜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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