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가는 어족자원·부족한 복지… 물 밖으로 떠나는 해녀
전체 해녀 83% 60대 이상 고령
상당수 심부정맥 등 질병 고통
노동기피 신규 유입 거의 없어
오염물질 유입 바다사막화 심각
문화적 가치제고 명맥 유지 시급

▲ 사라지는 고령의 강원해녀들에 대한 정책 지원과 더불어 전승 보전을 위한 관심이 필요하다.잠수복 입은 모습이 부끄럽지 않다는 인식 확산이 우선돼야 한다.
▲ 사라지는 고령의 강원해녀들에 대한 정책 지원과 더불어 전승 보전을 위한 관심이 필요하다.잠수복 입은 모습이 부끄럽지 않다는 인식 확산이 우선돼야 한다.
고령화되고 있는 강원해녀.그들의 존재가 잊혀져간다.복지와 생업을 위한 미흡한 지원은 해녀들이 체감하는 것과는 온도차가 있다.단순한 직업을 넘어 강원해녀는 바다에서의 전통기술,정착해녀와 지방해녀가 이룬 독특한 공동체문화를 지니고 있어 어업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이런 공감에 대한 확산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강원해녀 감소

지난해 동해안 강원해녀의 연령별 현황을 살펴보면 50대 52명,60대 130명,70대 105명,80대 31명으로 60대 이상 강원해녀의 수는 266명이다.전체 해녀수의 약 83%이 고령이다.여성들의 상향된 학력과 더불어 다양한 산업구조 속에서 여성들이 사회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고 바다라는 힘든 곳에서 이뤄지는 노동을 기피하는 현상이 원인이 돼 신규 해녀의 유입이 미미하다.고령화로 인한 해녀의 자연감소를 걱정해야 한다.

바다사막화도 문제다.강원해녀들은 바다에서 건져 올릴 물건이 없다고 토로한다.해녀들의 수입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해조류는 1970년2만2436t이 생산됐지만 2000년 1708t,2015년417t으로 급감했다.이렇게 바닷속 물건이 없어진 것을 두고 해녀들은 이렇게 말했다.“물 속에 들어가보면 바위가 옛날과 다르게 하얗게 변한 곳이 많아” 이는 바다사막화를 말하는 것이다.과도한 연안 개발,환경오염,기후변화 등이 원인이 돼 연안 바위에 서식하던 대형 해조류가 사라지고 고수온에 강한 시멘트와 같은 무절석회조류가 암반을 뒤덮는 현상이다.

강원도 연안의 바다사막화는 수산자원관리공단 조사에 따르면 동해안 전역의 암반 1만7054㏊ 가운데 35.6%인 6079㏊가 심각 상태다.

■미흡한 해녀 지원

해녀들에게는 잠수관련 질병들이 많다.하지만 해녀들이 느끼는 지원책은 턱없이 부족하기 만 하다.대부분의 해녀들은 수압 변화로 청력손상,반복된 잠수로 인한 감압병,심장의 과부하로 인한 심부정맥 등의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다.여기에 잠수를 쉽게 하기 위해 허리에 차는 4~6kg 납으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과 진통제 등 약물 과다복용으로 인한 부작용이 종종 나타난다.

강원도는 해녀복지를 위해 2007년부터 잠수어업인증을 발급 받은 어업인에 한해 시군별 지정 진료기관에서 잠수질병 치료 외래진료비 중 본인부담액을 지원한다.2013~2016년 425명 8112건에 대해 7128만원의 도비가 투입됐다.지정 진료기관은 도내 12곳이며 지난 2015년 강릉아산병원은 강원도환동해본부의 지원으로 잠수병 치료를 위한 고압산소치료시설 감압용 챔버를 설치,운영하고 있다.또한 강원도 해양수산발전 조례 등에 근거 해녀를 포함한 나잠어업인 안전보험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해녀들은 턱없이 부족한 복지 지원때문에 오랜 시간동안 해녀들만이 가진 ‘직업병’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미흡한 복지 정책때문에 직업으로서 해녀가 젊은 층에서 선택받지 못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 해녀들은 각종 잠수관련 질병을 갖고 있지만 복지정책은 미흡하다.피로회복제를 마시는 해녀의 모습에서 고단함이 묻어난다.
▲ 해녀들은 각종 잠수관련 질병을 갖고 있지만 복지정책은 미흡하다.피로회복제를 마시는 해녀의 모습에서 고단함이 묻어난다.
■강원해녀 명맥 유지

강원해녀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들의 생업을 보장해줘야 한다.무엇보다 농약,비료,생활하수 등 육상으로부터 환경오염 물질 유입을 최소화해 바다사막화 현상을 막아야 한다.

현재 강원도도 바다사막화 치유 및 복원 활동을 벌이고 있다.2010년부터 연간 50㏊ 이상 바다숲을 조성하고,2002년부터 연간 66㏊ 이상의 면적에 갯녹음 해조류 암반을 부착하고 있다.또한 시비재살포도 지속하고 있다.

동시에 해역특성에 맞는 수산자원 회복프로그램이 이뤄져야 한다.지난해 강원도는 국비를 합쳐 19억여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전복,해삼 등의 수산종묘를 방류했다.이는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정책적 의지가 담보된다.또한 생산 수산물 가격보전,잠수복 전액 지원,신규해녀 가입비 지원 등도 고려할만한 사항이다.

강원해녀의 생업지원과 더불어 문화적 가치제고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해녀는 식량 확보,자연친화적인 채집 기술로의 지속가능성,독특한 경관 연출 등 여러 측면이 결합돼 있어 하나의 문화로서 보전·관리 및 활용을 통해 대대로 이어갈 필요가 있는 어업유산이다.

제주해녀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될만큼 해녀문화는 세계에서 희소가치를 인정받고 있지만 강원도는 체계적으로 계승 발전시킬 제도적 근거가 부족,대중의 인식 또한 부족하다.해녀의 자긍심 고취와 가치확산이 우선돼야 하며,문화 관련 행사 체험,관광상품 개발,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 문화콘텐츠 개발 등의 사업을 시행해야 한다.경남도의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나잠어업 보존 및 육성 조례안’처럼 강원도 나잠업 관련 조례에 해녀육성방안,관광사업,가치 조명 등의 구체적이면서도 세부적인 내용이 담겨야한다.

지난 9월 제주에서 열린 해녀어업 보존발전 포럼에서 국가무형문화재 한국해녀의 ‘해녀어업’을 우리나라 어업유산 중 처음으로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가 관리하는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 등재를 공식화했다.강원해녀 문화도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에 이어 세계농업유산으로의 등재에 한발 다가셨다.등재시 타지에서 정착한 해녀와 지방해녀가 이룬 독특하고 가치있는 강원해녀 사회의 전승과 보전에 가속도가 붙어 강원을 대표하는 또다른 브랜드가 되기에 충분하다. 안은복·김영희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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