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일   전 강릉원주대 교수
▲ 김성일
전 강릉원주대 교수
11월 11일은 ‘빼빼로데이’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눈의 날’이기도 하다.숫자 11은 빼빼로와 비슷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웃는 눈의 모습을 나타내기도 한다.눈은 신체기관 중 가장 중요한 기관이다.우리는 눈을 통해서 모든 정보의 80%를 받아들인다고 한다.전에 꽤 지명도가 있는 어느 안과의원에서 겪은 씁쓸한 경험이 생각난다.눈이 침침하고 잘 보이지 않아 검진을 받았더니 노화로 인한 백내장이 시작된 지 상당히 경과되어 두 눈을 다 수술해야 한다는 것이다.내 오른쪽 눈은 아동기에 각막 혼탁으로 시력이 거의 상실되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수술을 받을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사유를 설명하고 한쪽 눈만 수술을 하면 안 되겠느냐고 하니까 다 해야 한다는 답변이었다.그 이유를 물으니 의사는 내 얼굴을 물끄러미 보면서 그냥 두 눈을 다 해야 하는 것이라고 재차 퉁명스럽게 답했다.

근처 다른 병원의 진단 결과도 동일하여 역시 두 눈을 다 수술해야 하는 이유를 물었다.답변은 나중에 합병증이 유발될 수 있기 때문에 시력에 관계없이 수술해야 한다는 것이다.이렇게 이해하기 쉽게 답할 수 있는데 다른 병원에서는 왜 제대로 답변을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대기환자가 많아서 시간에 쫓기는 것도 아니었고 내가 불손한 태도로 물어본 것도 아니었다.의사가 환자의 정당한 요구에 성실하게 응하지 않는다면 누가 그를 신뢰하고 그 병원을 찾겠는가? 환자의 말없는 순종에서 의사의 권위가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그 의사는 당시에 다른 일로 기분이 상해 있었는지,내 질문을 도발적으로 받아들인 것인지,자명한 내용을 귀찮게 묻는 것으로 여겼는지 또는 과잉진료를 의심한 것으로 오해했는지는 모르겠다.전문가로서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라 할지라도 일반인들에게는 전혀 생소할 수 있다.

일부 자질 없는 의사들의 잘못된 언행이 자칫 전체 의사의 명예와 신뢰감에 누를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은 다양한 사례를 통하여 알 수 있다.일부가 전체를 대표하지 않음을 잘 알면서도 우리는 일부 사례에 의해서 전체를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흔히 주변에서 쉽게 보이는 사례가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전부이기 때문이다.사람들의 생명이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료인들은 비록 많은 업무와 다양한 환자와의 관계에 피로가 쌓여도 환자의 호소나 요청에 성실하게 응해야 할 의무가 있다.환자는 대부분이 약자의 처지에서 관련 지식이 부족하다.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돕는 위치에 있으면 그들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배려하는 태도가 필요하며 마치 시혜를 베푸는 것처럼 대하는 고자세는 지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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