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70년대 대동(大同)이란 말이 유행했다.어미(語尾)에 단결이니 화합이니 이런 꼬리를 달고 다닌 당대의 키워드였다.국난을 극복하는데 크게 힘을 모아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공동체를 우선하고 개인의 이익과 가치를 유보·희생하겠다는 뉘앙스가 풍긴다.대동이라는 말은 원래 개인의 희생이나 불이익이 전제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개인의 삶을 존중하고 이를 통해 공동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 바탕이다.

이 말은 최근 집권2기를 맞은 중국 시진핑 주석이 소강(小康)사회를 주장하면서 널리 회자됐다.그가 중국의 사회발전을 강조하면서 등소평이 제기한 온포(溫飽)-소강(小康)-대동(大同)의 3단계 국가발전론이 소개됐던 것이다.그러나 소강이니 대동이니 하는 말은 요즘 정치가 만들어낸 말이 아니라 훨씬 이전에 그 개념이 정립됐다.공자도 대동 사회를 거론하면서 그 아래 단계로 소강사회를 설명했던 것이다.

옛날 공자가 납제(臘祭)를 올린 뒤 탄식을 하자 제자 자유(子遊)가 그 까닭을 묻자 세상에 큰 도(大道)가 행해진 일과 삼대의 준영(俊英)을 볼 수 없다고 답한다.하(夏) 은(殷) 주(周) 나라 3대의 치세(治世)를 두고 한 말이다.그러면서 큰 도가 행해지면 어진 이를 뽑고 능한 자를 골라서 신뢰와 화합을 이룬다.이 때문에 사람들은 유독 자기부모만을 부모로 여기지 않았고 자기 아들만을 아들로 여기지 않는다 했다.

늙은이는 마칠 곳이 있게 하고 젊은이로 하여금 쓰일 곳이 있게 하며,어진 이로 하여금 자랄 곳이 있게 하고,긍과고독(矜寡孤獨·홀아비 과부 고아 독거노인)과 폐질에 걸린 자로 하여금 모두 기르는 곳이 있게 한다.남자는 직분이 있고 여자는 돌아갈 곳이 있게 한다.그래서 간사한 꾀는 닫히고 일어나지 않았으며 도절(盜竊)과 난적이 생기지 않는다 했다.자연히 바깥문을 닫지 않게 되는데 이게 대동(大同)이다.

넓게 보면 지구촌 일가의 개념에 가깝다.그러나 대동 사회는 이상적 목표인 동시에 그때나 지금이나 구체적 현실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유능한 인재의 공정한 채용,이웃과의 소통과 화합,노인복지,청년일자리,사회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 점을 주목하게 된다.대동 사회는 지난 시대의 구호가 아니라 바로 오늘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무거운 과제들을 새삼 성찰하게 한다.

김상수 논설실장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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