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석준   춘천지방법원 기획·공보판사
▲ 이석준
춘천지방법원 기획·공보판사
11월 12일 오후4시쯤 국내에서 거래량 1위인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서 서버 장애가 발생했다.당시 비트코인 캐쉬(Bitcoin Cash)라는 가상화폐의 가격이 급속도로 상승해 고점에 이르게 될 당시 서버 장애가 발생했고,일부 투자자들은 위 가상화폐에 대한 매도 시점을 놓쳐 큰 손해를 보았다고 주장했다.일부 투자자들은 위 거래소에 대해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취하려 했지만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현재 가상화폐에 대하여 입법이 미비해 이를 규제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사전적 의미의 가상화폐는 지폐 또는 동전과 같은 실물이 존재하지 않고 P2P 네트워크로 연결된 온라인 공간에서 전자적 형태로 사용하는 디지털 화폐이다.현재 가상화폐 시장이 나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올해 10월에 있었던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정아 빗썸 부사장에 따르면 빗썸 거래소 하나만 보더라도 9월 평균 하루 거래량이 7000억 원 정도라고 한다. 빗썸 외에 코인원,코빗 등 국내 3대 가상화폐 거래소는 거래량 기준으로 세계에서 10위 권 내에 이른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상화폐의 근거가 되는 법률이 없고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기 때문에 많은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속출한다.주식시장의 서킷브레이커,사이드카와 같이 급변하는 가격 등하락 폭에 대한 규제가 없기 때문에 집단투자자들의 가상화폐 호가 조작에 대해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반대로 가상화폐 거래를 통해 많은 이득을 보더라도 주식(장외주식 또는 해외주식)과 달리 양도소득세를 부과할 수 없다.소득세법상 양도소득세는 재화나 물품 등 자산의 이전이 이뤄진 경우 부과할 수 있는데,가상화폐는 헌법상 과세의 엄격해석 원칙상 재화에 해당한다고 해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게다가 가상화폐를 통해 증여세 등 과세 적용에서 회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부 가상화폐의 경우 누가 보유하고 있는지 추적이 어려워 범죄단체에 악용될 소지도 있다.이와 같은 가상화폐에 대하여 국가기관이 직접 나서서 규제를 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그 방법으로 여러 가지가 있을텐데 크게 두가지로 나눈다면 가상화폐 공개를 통한 자금모집행위(ICO)를 유사수신행위(이른바 다단계)로 보아 이를 금지하는 방법,ICO 자체는 허용하되 거래세 또는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고 주식에 준해 투자자를 보호하는 방법 등을 생각할 수 있다.현재 중국은 가상화폐 자체는 합법화하나 ICO를 금지하고 있고 미국은 기존 증권거래법에 수용하여 IOC를 받아들이고 있다.일본의 경우 더 나아가 금융거래청에서 금년 4월 자금결제법에 따라 가상화폐를 정식 결제수단으로 인정해 기존 화폐와 유사한 위치에 놓았다.우리나라는 금융감독위원회를 주축으로 한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TF’에서 가상화폐 모집 행위에 대해 유사수신행위 규제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가상통화를 유사수신행위 대상으로 포함시켜 규제할 뜻을 밝혔다.그러나 아직까지는 입법적 조치가 거의 이뤄진 것은 없고,다만 국회의 박용진 의원이 대표발의한 가상화폐와 가상통화취급업을 명확히 규정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전자금융거래법이 계류 중일 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법원에서는 가상화폐에 대한 입법적 정의가 전무한 가운데에서도 가령 사기행위로 가상화폐를 취득한 피고인에 대하여 이를 재산상 이익으로 보아 형법상 사기죄 또는 컴퓨터사용사기죄로 의율할 수 있는지,민사상 가상화폐로 부동산을 구입하는 경우 이를 돈으로 구입한 매매로 봐야 할 것인지,아니면 물건들을 바꾸는 교환으로 봐야 할 것인지 등이 문제될 수 있다.또한 가상화폐의 시세조종행위나 시장질서 교란행위,공매도행위에 대해 자본시장법에 의해 규제를 받지 않더라도 피해자들이 민법상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지도 문제된다.이외에도 다양한 법적 분야에서 기존 법률 또는 법적 해석으로 규율하기 어렵기 때문에 앞으로 많은 고민과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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