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정록   취재부국장·정치부장
▲ 송정록
취재부국장·정치부장
어디서 꼬였을까.모두 남 탓이다.그러다보니 빙빙돌아 제자리다.춘천 레고랜드의 현재 모습이다.

지난 90년대 중반.당시 배계섭 춘천시장은 상기된 표정으로 시의회 연단에 섰다.이어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다.중도에 수억달러의 외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며칠 지나지 않아 그 기업은 페이퍼컴퍼니로 밝혀졌다.본사도 세금회피처로 알려진 버진아일랜드였다.중도개발은 다시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중도와 의암호는 늘 여기저기로부터 관심을 끌었다.표적이었다는 표현이 맞겠다.시작은 언제나 정치권이었다.유력 정치인들은 “의암호는 세계 어디를 내놔도 아깝지 않은 호반”이라고 추켜세웠다.이 좋은 호반을 왜 그냥 두느냐는 메시지인 셈이다.그래서일까.의암호 일대는 끊임없이 수십 층의 컨벤션센터부터 위락 관광단지들이 세워졌다 사라졌다를 반복했다.물론 그림으로만.

예고편은 의암호 상류지역인 위도(고심도치섬)였다.정말 생소한 기업이 위도에 1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들고 나타났다.돈은 부산과 대전의 저축은행에서 끌어들였다.시민들의 휴식처인 위도의 복판을 갈라 물길을 내고 베니스처럼 만들어 투자를 끌어들이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은밀하게 그 인근 내륙의 땅들을 매입하려 했다.이 사업은 정치권까지 나서 사업계획을 몇 번이나 바꿔줬지만 결국 접었다.저축은행의 빚잔치로 끝난 것이다.남은 것은 허황한 벌판.시민들은 수십년 이용하던 휴양지 하나를 잃었다.

이미 오래전 삼악산케이블카를 비롯해 위락단지를 만들겠다고 수십억원을 들여 부지조성을 마친 붕어섬은 환경부 반대로 한발짝도 나가지 못한 채 발목이 잡혔다.그리고는 수수밭 등등으로 전전하다 태양광발전에 자리를 내줬다.강원도는 태양광도 민자유치라고 스스로 위로를 삼았다.

중도 레고랜드는 진행형이다.당초 계획대로라면 벌써 운영 중이어야 했다.그러나 아직도 투자처를 모집 중이다.

다시 돌아보면 허황하다.엘엘개발 사장은 한달에 천만원이 넘는 돈을 식대로 지불했다.그 식사규모를 짐작하기 쉽지 않다.1년에 1억원이 넘는 돈을 밥값으로만 지불했다.종종 식사대금이라며 현금으로 찾아가기도 했다.그 권한을 강원도가 포함된 이사회에서 승인했다.전결권을 대폭 준 것이다.

레고랜드 본공사는 뒷전이었다.레고랜드 주변의 각종 용지 분양과 우선매수권 같은 이권들이 더 커보였을지 모르겠다.함바집 운영권 등등은 이에 비하면 사소한 얘기들이었다.아직도 공사를 주관해야 할 엘엘개발은 사업의 헤게모니를 놓고 대립 중이다.더 중요한 것은 이 과정을 아무도 몰랐다는 것이다.문제가 되고 나니 하나씩 드러나는 양상이다.이들은 스스로 정보를 독점한 채 청기와장수식으로 행정을 해왔다.그 후유증은 너무나 크다.

강원도는 일단 정보를 공유하기로 하고 새로운 수익모델을 짜고 있다.투자자들에게 보다 유리한 그림을 다시 그리고 있는 상황이다.이들의 새로운 노력이 시장을 움직일지는 미지수다.투자자들의 눈길을 끌만한 더 놀라운 사실이 있기 전에는 마음을 움직이기 쉽지 않을 것이다.기회도 많지 않다.잿밥에 눈독을 들이던 이들이 어떤 식으로 저항할지 모른다.그래도 천억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은 이 사업을 세우지 않기 위해서는 정교한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그 허황된 의암호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중도와 레고랜드,그 욕망의 땅에서 공직자들이 슬기롭게 헤쳐나오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송정록 취재부국장·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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