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애매한 문답은 어른들 사이에서도 오고간다.철없는 아내는 남편에게 자신에 대한 절대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어머니가 좋으냐 내가 좋으냐고 정답이 없는 질문을 쏟아내며 답변을 요구한다.한 사람을 선택하라는 것인데 이런 막무가내의 질문이 어디 있는가.어머니에 대한 자식의 사랑과 아내에 대한 남편의 사랑이 공존할 수 없다는 것인가.자신을 낳아주고 길러주는 어머니의 사랑과 평생의 반려가 돼 주는 아내의 사랑을 이렇게 섞일 수 없는 것으로 만드는 것은 잔인한 일이다.사랑은 이렇게 무모한 데가 있는가 보다.
이 결론이 없는 사랑 논쟁에 중국 알리바바 그룹의 마윈 회장이 사업가적 기질을 발휘한다.그는 한 강연에서 아내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어머니가 자식에게 잘해주는 것은 당연하지만 아내가 자신에게 잘해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라 감사한 일이라는 것이다.어머니가 겪은 출산의 고통은 아버지가 만든 것이고 아내가 겪은 것은 나로 인한 것이다.내가 어떻게 하든 어머니는 내 어머니이지만 아내는 내가 하기에 따라서는 남이 될 수도 있다.어머니는 내 인생 3분의 1을 책임지지만 아내는 내 인생 3분의 2를 책임진다고도 한다.
어머니가 좋으냐 아내가 좋으냐는 질문에 속 시원한 대답이 나올 리가 없다.그러면 질문은 강도를 더해가며 끝까지 추궁한다.이번엔 어머니와 아내가 물에 빠지면 누구를 먼저 구하겠느냐고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세운다.사랑은 이렇게 철없는 데가 있고 무모한데가 있는 것이다.마윈 회장이 이 미궁에 빠진 사랑 논쟁을 철저한 계산으로 풀어낸 것이다.그의 형식 논리가 그럴듯 하지만 사랑이 그렇게 경중을 가리고 계산으로 결론이 나는 것이던가.그 계산되지 않는 것을 끌어 안고 그 분별의 경계를 넘어서는 것이 사랑이 아닐는지!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