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문헌 안명론(安命論)에서 이르기를 무릇 대지는 나에게 형체를 주어 심고 나에게 생을 주어 수고롭게 하며,늙음을 주어 나를 편하게 하며 죽음을 주어 나를 쉬게 한다.그러므로 내가 삶을 좋다고 한다면 죽음도 좋다고 해야 한다.세상만사가 자기로부터 나온다.세상과 나 그리고 다른 사람과 진정으로 소통하고 싶은가? 자기와 먼저 해라.그것도 자신의 마지막과 답이 보이지 않는가? 우리의 처음과 끝은 우리가 선택할 수 없다.‘99세까지 88(팔팔)하게 살고 2~3일 앓다가 4일 만에 죽자’는 뜻의 구구팔팔이삼사다.
암이나 치매는 안 걸려야지 하는 소원은 무용지물이다.마지막엔 자유의지가 먹히지 않는다.그것보다 마지막에 무엇을 가슴에 안고 떠날 것인가를 상상해보자.그리고 오늘 그 일을 하자.나이가 많은 사람이 인생의 선배가 되는 것이 아니라 먼저 떠나는 사람이 인생의 선배인 것이다.자신보다 어린사람이 세상을 떠났을 때 손위 사람이라 할지라도 깍듯이 예를 갖추며 절을 올리는 것이다.내가 떠난 다음 사랑하는 내 가족이 나의 유언 때문에 큰 싸움이 나면 슬픈 일이 아니겠는가? 삶의 여정이 끝나는 황혼의 길목에서 남길 수 있는 말은 고(故) 천상병 시인의 ‘귀천(歸天)’이란 시에서 읊조렸듯이 “아름다운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 라고 말하리라는 시 한구절 처럼 말할 수 있음이 진정한 고종 명의 복이요 웰 다잉이 아닐는지.
이세현·국제장례지도교육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