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말을 오래도록 곱씹었다.삼겹살을 먹을 때,국밥집에서 소머리고기를 씹을 때,순대를 집어들 때,오징어볶음을 바라볼 때마다.그때마다 느낀 건 그의 말이 새롭지 않다는 것이었다.각 음식의 탄생과 생명력에 대한 이야기였을 뿐.‘음식의 언어’가 뭔가?그건 나와 당신이 포함된 ‘우리’가 결혼식,송년회 등 크고 작은 모임에서 음식을 먹으면서 나누는 대화다.이를테면 “삼겹살은 노릇노릇 숯불에 구워야 제 맛이 나고,파절임은 식초가 들어가야 해” 같은.“오늘 음식은 푸짐하긴 한데 먹을게 없네”라는 말도 같은 범주로 이해된다.
몇 해 전 덴마크와 프랑스,영국을 여행할 때 나는 시쳇말로 ‘맥주’에 꽂혔다.스파케티,스테이크,피자,생선요리는 별 흥미가 없었다.그저 맥주를 맛있게 마시기 위한 보조 음식이었다.이유는 간단하다.맥주가 없으면,모든 음식이 껄끄러웠기 때문.4~5일이 지난 뒤 나는 그 나라 사람들이 왜 식사 때마다 와인과 맥주를 마시는지 비로소 이해했다.내 몸이 그걸 인지한 것이다.주래프스키 교수의 논리를 따르자면 내 몸의 세포가 ‘맥주’라는 매개체를 통해 그들의 음식과 대화를 나눴다고 할 수 있다.막걸리와 빈대떡!
평창올림픽이 다가오면서 ‘강원도 맛’ 홍보가 요란하다.올림픽 개최지인 평창,강릉,정선지역의 식재료로 만든 음식만 30여 가지.이 지역 100여개 음식점에서 맛볼 수 있다는데 이름부터 생소하다.메밀파스타,메밀 더덕 롤가스,초코감자,크림감자옹심이 등.익숙지 않으니 내 몸의 세포를 깨우지 못한다.강릉 초당두부,평창 막국수,황태해장국,오삼불고기를 떠올리면?상황은 급반전!평창을 찾는 외국 손님이 ‘메밀 파스타’에 대해 물으면 뭐라 설명할 텐가.벌써부터 말문이 막힌다.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