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다 키우고 나니 아이들은 늘 예뻤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6학년 다 커서 징그러운 것 같았는데 중학교 교복을 입혀놓으면 어느새 상큼한 새내기로 변신하고 공부에 찌든 고등학교 3학년의 늙수그레함이 대학 진학후에는 멋진 청년으로 진화했다.취준생으로의 꼬질함을 벗어던지고 신입사원으로의 첫 행보는 부모를 설레게까지 한다.단어 ‘끝’과 ‘시작’은 완벽한 동의어임을 깨닫는다.
아이의 성장사와 우리네 인생은 매우 흡사하다.아이들이 기록하는 성장의 시간들은 전부 다 부모에게는 경이롭고 귀한 추억으로 각인된다.모든 시간과의 싸움에서 성장을 멈추지 않은 아이들 같이 삶에서 얻은 우리네 다양한 경험도 버릴 것 하나 없이 다 삶의 발판이 된다.이길 때 질 때 얻을 때 잃을 때 개인마다 몸소 겪으면서 얻어지는 삶의 지혜와 관조는 슬픔이나 아픔까지도 모두 소중하게 품게 하면서 나를 성숙시킨다.
‘나는 가끔 후회한다.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정현종의 시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의 한구절이다.연말에 읊조리며 회한에 빠져들기 적격인 시다.오늘이 내일 같고 내일이 오늘 같은 무미건조한 일상으로 일년을 채웠지만 그래도 이런 소소한 일상이 나이들수록 더 없이 감사하다.무탈하게 잘 산 것을 올 한해 제일 잘한 일이라고 나를 칭찬한다. 조미현 기획출판부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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