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대진등대·대진항
1960∼70년대 납·월북 빈번
북방한계선 표시 위해 설치
통일전망대서 바라본 금강산
겨울 풍경·분단의 현실 상존

▲ 1973년 1월 불빛을 밝히기 시작한 고성 대진등대는 1991년 어로한계선이 북쪽으로 5.5 ㎞  상향되면서 도등의 역할을 마치고 1993년 일반등대로 전환됐다.사진은 대진등대 일출 전경.
▲ 1973년 1월 불빛을 밝히기 시작한 고성 대진등대는 1991년 어로한계선이 북쪽으로 5.5 ㎞ 상향되면서 도등의 역할을 마치고 1993년 일반등대로 전환됐다.사진은 대진등대 일출 전경.
겨울 바다는 외롭다.외로운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어민들은 매서운 한파 속을 뚫고 거센 바다로 향한다.외로운 바다에 나가서도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은 등대가 있기 때문이다.국토의 최북단에 위치한 고성 대진등대.날씨가 좋은 날이면 북쪽 금강산도 볼 수 있다.대진등대로 겨울여행을 떠나보자.

고성군 현내면에 위치한 대진등대는 외롭고 높다.우리나라에서 세번째로 높은 등탑을 가지고 있다.등탑은 높이 31m 팔각형 콘크리트 구조물이다.대진등대의 불빛은 12초 간격으로 깜빡인다.37km 떨어진 해상에서 식별이 가능하다.등탑 위 전망대에 올라서면 동해바다의 아름다운 모습을 조망할 수 있으며 환상적인 일출과 석양을 감상하기에 제격이다.시야가 좋은 날에는 멀리 해금강은 물론이고 북한지역까지 바라볼 수 있다.

대진등대는 1973년 1월 불빛을 밝히기 시작했다.대진등대는 설치 당시 1개의 유인등대와 또 다른 보조등대로 구성됐다.대진등대는 어로한계선을 표시하는 도등(2개의 등대를 연결하는 선이 어로한계선)의 역할을 한다.그러나 지난 1991년 어로한계선을 북쪽으로 5.5㎞ 상향 조정하면서 도등의 역할을 마치고 1993년 4월 일반등대로 전환됐다.

대진 등대에는 분단된 조국의 현실이 배어있다.1960~1970년대는 남북 갈등이 최고조인때다.때문에 고성 대진항과 거진항,속초항 소속 어선들의 납북,월북 사건이 빈번했다.이 시기에 대진등대가 들어섰다.대진 등대의 불빛은 북방한계선을 실수,혹은 의도적으로 월경하는 어선들로 하여금 스스로 자기검열하고 자제하게 하려는 ‘금단의 선’이 된 셈이다.

대진등대 아래에는 대진항이 자리잡고 있다.대진항 역시 국내 최북단 국가어항이다.대진항은 통일전망대 가는 길목의 수채화같은 어항이다.조용한 해변과 고운 모래와 깨끗한 수질을 자랑하며 가자미와 문어가 많이 잡힌다.살짝 들어간 해안선을 따라 옹기종기 모여 있는 어선과 이들의 길잡이 노릇을 하는 하얀 등대가 어우러져 전형적인 어촌의 풍경을 보여 준다.항구 자체는 그리 크지 않지만 항구에 정박한 어선들이 제법 많고 사시사철 언제나 어항 특유의 활기가 가득하다.예전엔 ‘한나루’로 불렸던 대진항의 겨울은 다소 한가한 느낌을 전해준다.

▲ 대진항 문어 경매 모습.
▲ 대진항 문어 경매 모습.
고요함으로 미루어 도심의 일상에서 탈출해 사색하고 심신을 단련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그러나 조업을 마친 배가 포구에다 풀어놓은 바닷고기들은 당겨진 활시위 같은 탱탱함이 느껴진다.특히 새벽 포구의 시끌벅적한 흥정은 일상에 지친 권태를 치료해 줄 활력소가 된다.물론 포구에서는 갓 잡아온 여러 생선회를 아주 값싸게 맛볼 수도 있다.

대진항을 찾은 김에 통일전망대도 한번쯤 들러볼 만하다.해발 70m의 통일전망대에서 분단조국의 아픈 현실을 실감하며 금강산과 해금강을 바라보는 소회는 사뭇 각별하고도 비장하다.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외금강의 주 능선과 해금강은 특히 겨울이 아름답다.속살까지 오롯이 볼 수 있어서다.금강산 가는 길에 자리한 구선봉을 중심으로 왼쪽으로는 멀리 일출봉·채하봉·육선봉·집선봉·세존봉·옥녀봉·신선대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오른쪽 바닷가에는 해금강이 파도와 춤을 추고 있다. 남진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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