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한 우물을 판 지인은 자기관리에 철저하다.사업기반도 탄탄한 편.월급쟁이 친구들은 대부분 은퇴했지만 그는 여전히 건재하다.경제력과 건강,대인관계 그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모임 때마다 앞장서 지갑을 열고,가끔 여행을 주선한다.그런 그와 오랜만에 마주 앉았다.그런데 첫 마디가 의외였다.“앞으로 어떻게 살지 걱정돼.혼자 살 수 없는 세상인데,그걸 강요당하는 것 같아서…”.예상치 못한 말.그의 걱정은 ‘가깝게 지내는 지인 상당수가 노후설계가 안 돼 있다’로 압축된다.

은퇴 이후의 삶에 부쩍 관심이 쏠리는 요즘,슈로더투신운용이 세계 30개국 2만2000여 명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슈로더 글로벌 투자자 스터디 2017’이 눈길을 끈다.이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연소득의 12.5% 정도를 꾸준히 저축해야 은퇴 후 삶을 보장 받을 수 있다”고 했다.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저축액이 기대치보다 낮아 대부분이 가난한 노년을 맞는다.한국의 은퇴자들이 특히 심각하다.지인이 걱정한 것처럼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상당수가 안정된 삶을 누릴 경제력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이 조사에 따르면 각 국 은퇴자들의 소득원은 저축과 투자자금(20%),국가연금(19%),기업연금(18%),개인연금(12%)이었다.한국은 기업연금(18%),저축 및 투자자금(16%),국가연금(14%),개인연금(12%)으로 저축과 투자자금이 상대적으로 적다.부족한 생활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완전 은퇴 3~4년 전까지 일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 은퇴자들의 공통된 상황 인식.은퇴준비가 부실한 사람일수록 더 많은 일거리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이들에게 수익에 수익을 더하는 ‘복리의 기적’은 신기루나 다름없다.

한국에서 60세의 나이로 지난해 은퇴했다면 남자는 22.5년,여자는 27.2년을 더 살아야 한다.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6년 생명표’를 분석한 결과다.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많은 사람들이 이 질문에 주눅 든다.그러나 우리는 이 질문에 답해야 하고,실행해야 한다.아무것도 하지 않고,아무 준비 없이 그 시간을 보낸다는 건 ‘지옥’이나 다름없다.어느 누구도 이 질문을 피해갈 수 없다.우리 모두의 현실이자 미래의 과제다.이 땅이 완전 복지국가가 아닌 한.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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