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영   화천주재 부국장
▲ 이수영
화천주재 부국장
화천의 겨울이 뒤숭숭하다.최문순 군수에 대한 막말 파문을 일으킨 이외수 소설가를 비난하고 그의 퇴출을 요구하는 프래카드가 읍내 곳곳에 걸려 있었고 SNS엔 그의 행동을 힐난하는 글과 옹호하는 댓글들이 끊임없이 부딪히고 있다.시장통 술자리에서도 막말 파문은 여전히 빼 놓을 수 없는 주제다.더구나 군의회는 요즘 작가가 기거하며 집필활동을 하고 있는 감성마을에 대한 행정사무감사 특위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다.작가의 막말 파문은 지금 지역의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발단이 된 때는 올 여름이었다.지난 8월 감성마을에서 열린 세계안보문학축전 백일장 시상식을 앞두고 작가가 최문순 군수에게 거친 말들을 쏟아낸 것이 원인이었다.새벽까지 백일장 심사가 진행됐고,심사위원들의 수고가 미안했던 작가가 함께 조촐한 술자리를 함께 한 뒤였다.작가의 실수였다.스스로도 잘못을 인정했고 변명의 여지를 남기지 않았다.개인적인 자리에서 군수에게 사과했다.그러나 파문은 잦아들지 않았다.지난 10월 군의회 임시회 자유발언에서 막말파문이 제기됐고,이슈는 세상 밖으로 나왔다.사회단체들은 작가가 감성마을을 떠날 것을 요구했다.파문은 지역을 넘어 전국적인 이슈로 확산됐다.비난과 옹호의 말과 글들은 부딪히고 또 부딪혔다.비난 프래카드가 걸리고 퇴출 서명운동이 벌어지는 한편으로,작가를 격려하는 글들이 온라인에 등장하기도 했다.

10월 군의회 임시회에서 제기된 논란은 연말 정례회 자유발언에서도 이어졌다.또 다른 의원이 또 다른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의원은 “갈등을 조장한다면 군과 군민에게 어떠한 도움이 되는 지 묻고 싶다”며 “이제는 마음을 보듬고 화합해서 큰 상처를 아물게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감성마을 행정사무감사 특별위원회가 구성된 날이었다.

주민들의 의견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군수는 지역을 대표하는 인물인데,여러 기관 단체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주민이 선출한 단체장에게 그 같은 발언을 한 것은 군민에 대한 모욕이라는 것이다.또한 마을에 많은 예산을 투입했지만 주민들이 경기 활성화에 대한 체감을 못하고 있다는 이유도 덧붙여진다.그동안 감성마을에 대한 불편하고 섭섭했던 속내도 깔려 있다.작가와 감성마을엔 주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을 것 같은 높은 벽이 존재한다는 인식은 이 같은 반응을 보이는 원인 중 하나다.

또 다른 시각은 “막말 파문이 장기화되는 건 화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지역에 살고 있는 한 개인을 지속적으로 비난하고 퇴출을 요구한다면,작가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화천이 인심 사나운 고장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인다.또한 화천과 지역축제를 전국적으로 알리는데 작가가 기여한 부분은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한다는 반론도 제기된다.일부 주민들은 더 나아가 이 기회에 감성마을에 대한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작가와 마을이 지역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한 시설로만 운영돼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견해다.눈에 보이는 경제적인 효과만을 따지지 말고 한국의 대표적인 문학마을로 키워 지역 브랜드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어느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는 지 쉽게 판단할 수 없다.또한 지역에 둥지를 튼 소설가의 거취가 어떻게 될지 지금으로선 그 끝을 알 수 없다.파문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우여곡절은 멈추지 않고 있다.그리고 그 끝은 미완의 소설처럼 아무도 모른다.결말은 작가와 화천 사람들이 써 내려 갈 것이다.

이수영 화천주재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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