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등단 30주년 하창수 소설가
현진건 문학상·강원문화예술상
올해 26년만에 두개의 상 수상
중앙중심 한국문단 작품발표 한계
춘천, 세계관 형성 ‘정신적 공간’

▲ 올해로 등단 30주년을 맞은 하창수 소설가가 지난 6일 하 작가 자택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정일구
▲ 올해로 등단 30주년을 맞은 하창수 소설가가 지난 6일 하 작가 자택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정일구
하창수(57) 소설가에게 2017년은 특별한 해다.지난 1987년 ‘문예중앙’에 ‘청산유감’으로 등단한 지 꼭 30년이 되는 해이며 1991년 한국일보 문학상을 수상한 뒤 26년 만에 두 개의 상을 연달아 품에 안은 해이기도 하다.그는 지난달 단편 ‘철길 위의 소설가’로 제9회 현진건 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데 이어 최근 제6회 강원문화예술상 수상자로 선정돼 오는 9일 시상식을 앞두고 있다.연이은 수상 소식을 접한 그는 “사실 등단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상을 받아 주위에서 기대가 컸었는데 다음 상을 받기까지 한참이 걸렸다”며 웃었다.

포항에서 태어나 영남대를 졸업한 하 작가가 춘천과 인연을 맺은 건 지난 1992년.‘말은 제주도로,사람은 한양으로’라는 전근대적 속담이 여전히 위세를 발휘하는 시대에 그는 ‘전세값 폭등’이라는 다소 낭만적이지 않은 이유로 중앙 문단을 뒤로하고 아내의 고향인 춘천에 터를 잡았다.많은 이들의 우려대로 지역에서의 창작활동은 녹록지 않았다.중앙집권적인 경향이 강한 한국 문단에서 대부분의 문예지가 서울에 몰려있다 보니 지역에 터를 내린 작가가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무대는 턱없이 좁았다.이런 여건 속에서 서울의 한 출판사에서 편집장으로 근무했던 1년 남짓을 제외하고는 평생을 전업작가로 살아온 그의 어려움은 더욱 컸다.‘지역에서 활동하는 전업작가’라는 부담감은 ‘번역’이라는 샛길로 새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고 등단 후 15년이 지났을 무렵에는 소위 좀 더 ‘팔릴 만한’ 글을 써야 한다는 중압감에서 찾아온 회의감으로 3년 동안 펜을 들지 못하기도 했다.그래서 등단 30주년을 맞은 올해 그가 받아든 두 개의 상의 의미는 더욱 남다르다.

“다시 태어나도 작가가 되겠다는 생각은 아직 안 하지만(웃음)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 작가로서 30년을 살아온 것은 꽤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마침 딱 30년이 됐을 때 상을 주셔서 앞으로 몇 년은 더 힘을 내서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특히 그는 30년의 문학 인생 중 25년의 세월을 머문 춘천에 대해 “‘제2의 고향’이라는 표현도 부족한 곳”이라고 말하며 애정을 드러냈다.하 작가는 “작품 발표 기회는 부족하지만 대도시와는 또 다른 자연환경과 특유의 분위기가 있는 곳이 춘천이고 전상국,오정희,이외수,최승호 선생님 등 많은 선배 작가와도 교류할 수 있었다”며 “지역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을 넘어 철학과 사상,논리와 세계관을 형성시키는 정신적 공간이라는 점에서 이 지역에서의 삶이 지난 창작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그런 점에서 그는 이번에 받는 강원문화예술상에 대해서도 “무엇보다 소중하고 기쁜 상”이라고 표현했다.

“지역 문화 발전에 이바지한 이들을 격려하기 위해 제정한 상인만큼 강원문화예술상 수상은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커요.점점 지역에서 후배 작가를 찾아보기 어려워지고 있는 점이 안타까운데 지역 문단이 더 활발해지고 위상이 높아져서 강원문화예술상이 모든 작가가 받고 싶어하는 상으로 거듭났으면 좋겠어요.” 최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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