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의 문화권리 미술관 건립, 강원도는 여전히 미온적
공적 활동 미술관, 작가와 호흡
울산·부산·광주 등 공립미술관
연간 40억∼100억 예산 투입
광역 규모 미술관 강원만 없어
청주·수원 시립 불구 광역 규모
도 미술관 예산 내년초 결정을

부산과 울산을 포함한 경남지역에만 공립미술관 5곳이 있다.벌써 3년째 조직과 예산을 두고 준비 중인 울산시립미술관을 포함하여 부산시립미술관과 부산현대미술관,경남도립미술관과 김해클래이아크미술관이 있다.이렇게 공적인 활동을 하는 미술관이 작가들과 호흡하게 된다.작품 창작지원,작품운송,작품수집,보존과 작품설치,전시,미술출판,보험,교육,전문인 양성 등의 영역에 연간 40~100억의 예산을 쓰는 미술관들이다.

광주와 전남에서는 광주시립미술관이 대표적이다.25년의 역사에 수장고 기능이 큰 구관과 신관 미술관을 비롯한 여러 부속관을 운영한다.광주비엔날레를 일찍이 출범시킨 그곳은 120억 정도의 예산이 따로 있고 미술관보다도 크기가 더 큰 비엔날레 관도 운영되고 있다.게다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 미술관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문화정보원,문화창조원,어린이문화원까지 3개 이상이 있다.그러니까 합하면 적어도 5개 이상의 미술관이 있는 셈이다.이제 이런 규모가 있는 미술관 네댓 개는 고사하고 아예 있지도 않은 광역지자체로는 충북과 강원만이 남아있다.그런데 정확하게는 충북도 이 예외 지역에서 빠져야 한다.도립미술관 규모에 못지않은 시립미술관이 있기 때문이다.

▲ 청주시립미술관 전경
▲ 청주시립미술관 전경
청주시립미술관은 대청호변에 조각공원과 전시관을 갖춘 대청호미술관,3층 규모로 미술관 못지않은 전시실과 창작실을 갖춘 창작스튜디오,신도시가 형성된 곳에 있는 오창전시관,그리고 옛 청주KBS방송국을 매입하여 본격적인 미술관으로 리모델링한 본관을 갖추고 있다.규모나 운영에서 어떤 도립미술관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미술관의 외관은 ‘그리스인 조르바’를 쓴 니코스 카잔차키스 표현을 살짝 빌자면,‘민주주의의 빛’처럼 쏟아지는 세로 선 장식이 가득 덮인 모습이다.도심의 랜드 마크 기능을 하거나 관람객을 모으기에나 충분한 정도로 보인다.얼마 전에는 경사지고 좁은 진입로를 바꾸기 위해 수십억의 예산을 들여 넓은 입구도 확보해 놓았다.시민들의 사랑을 받을 만한 장소로 충분한 인프라를 갖추게 되었다.

이와 같은 도립미술관 못지 않은 기초 자치단체 시립미술관을 더 들어보자면 경상북도에는 포항시립미술관이 있다.그리고 또 하나의 예가 수원시립미술관이다.수원시립미술관은 사기업이 시에 기부채납방식으로 지어 운영할 수 있도록 한 경우다.기부채납(寄附採納·contributed acceptance)은 여기서와 같이 대단위 아파트 단지를 지을 때나 큰 사업지 허가를 받는 경우에 보통 이루어진다.그곳에는 도서관이나 미술관,시민을 위한 공원이나 공용시설을 짓는 경우가 많다.수원의 경우는 한동안 논란도 있었지만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이라는 공식 명칭이 붙어있다.기부채납의 협약내용대로 붙여진 이름이다.

▲ 수원시립아이파크 미술관  전경. 사진 오른쪽 위는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권용택,새벽의 몸짓'
▲ 수원시립아이파크 미술관 전경. 사진 오른쪽 위는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권용택,새벽의 몸짓'
시민들과 미술계에서는,시와 기업사이의 약속만이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계속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인 만큼 온전히 시민의 미술관으로 부를 수 있기를 원하고 있다.

수원시립미술관에서는 평창에서 20년 가까이 터 잡고 작업하고 있는 작가 권용택의 초대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수원미술 역사에서 그만한 족적을 남긴 작가여서인데,작가 개인전 운영이나 전시밀도로 보자면 강원도로서는 부럽기만 한 일이 아닐 수 없다.작품수집이나 출품할 작품의 크기와 같은 현실적 요건,전시운영과 보존 등에 있어서 가장 많은 관련을 가진 작가들에게,그리고 지역민에 미치는 공립미술관의 영향력은 그러므로 실로 거대하다.생활 가까이서 누리는 문화적 품격과 작품 향수의 질이라는 것만 해도 어디 작은 문제던가.전국적인 최고의 작가들이 전문적으로 취급되는 일이나 과정에 있어 강원도는 불모지의 박탈감만 지속되고 있다.

강원미술이 비록 다른 곳보다 15년,20년이 늦은 2년 후 미술관 건립으로 시작이라도 되려면,내년 초에는 예산이 결정되어야 한다.그런 미술관 건립의 시급함을 말하면,같은 미술인들로부터도 순진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핀잔을 듣는다.왜 그럴까.예산을 쓰는 행정부가 움직여야 하는데,왜 여전히 미술계로 책임이 돌아오는 걸까.미술관 건립이라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강원도는 벌써 너무 오래 방치해왔다.그런 계획을 만들고 진행하는 것을 도민과 미술인들은 언제까지 더 기다려야 할까.

>>> 최형순 미술평론가

정선에서 태어나 정선고·강원대를 졸업했다.서울대 미술이론 석사,홍익대 미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전북도립미술관 학예실장 등을 역임했다.1998년 구상전 공모 평론상을 수상하고 미술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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