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주말 새벽 인력시장을 가다
최강 한파·극심한 경기침체
건설비수기 일용직 수요 급감
일주일 한번 일하기도 어려워

▲ 지난 16일 영하 10도를 웃도는 오전 5시 50분쯤 춘천시 효자동 A인력사무소 휴게실에서 일용직 근로자들이 일감을 기다리고 있다. 한귀섭
▲ 지난 16일 영하 10도를 웃도는 오전 5시 50분쯤 춘천시 효자동 A인력사무소 휴게실에서 일용직 근로자들이 일감을 기다리고 있다. 한귀섭
“오늘은 꼭 일이 있길 간절히 바랐는데…일주일에 한번 나가기도 힘드네요.”

경기침체에 최강 한파까지 일찍 찾아오면서 일용직 노동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새벽 시장 일감을 기다리다 돌아서는 그들의 한숨과 함께 가족의 생계를 걱정하는 40대 가장과 미래를 위한 꿈을 위해 등록금 마련에 나선 20대 청년의 꿈도 하루 더 멀어지게 됐다.

영하 10도의 매서운 한파가 불어닥친 지난 16일 새벽 5시30분쯤 춘천시 효자동의 A인력사무소.인력사무소에는 이른 시간부터 일감을 배정받으려는 60여명의 건설 일용직 노동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50·60대부터 20대는 물론 외국인 노동자도 눈에 띄었다.이들은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두꺼운 패딩 점퍼와 털모자 장갑 등으로 중무장하고 배정을 기다렸다.1년 전 학업을 위해 한국에 온 바하(35·카자흐스탄)씨는 “돈을 벌기 위해 주말마다 인력사무소에 나오는데,강원도의 겨울도 고향 못지 않게 매섭다”며 “빨리 일터 배정을 받아 현장에 나가서 몸을 움직이고 싶다”고 말했다.일용직노동자로 일한지 2년째인 문천준(61)씨는 “아내가 신북읍에서 식당을 하는데 경기 탓에 돈벌이가 되지 않아 가게 유지비와 생계비를 벌기 위해 매일같이 나오고 있지만 요새는 일감이 없어 경쟁이 치열하다”고 밝혔다.

곧이어 오전 6시쯤 일용직노동자들이 모여있는 대기실에 인력사무소장이 들어오자 일감을 얻기 위한 소리없는 경쟁이 펼쳐졌다.이날 한 건설현장에서 예정된 공사가 취소되는 바람에 일감이 더욱 줄어 호명된 노동자들은 40여명에 불과했다.더이상 인부들을 찾는 건설업체가 없자 남아있던 노동자 20여명은 주변을 서성이다 아쉬운 표정으로 발길을 돌렸다.A인력사무소장은 “건설 비수기인 겨울철로 접어든데다 극심한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일용직 수요가 급감했다”며 “이른 새벽에 나왔다가 일감이 없어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착잡하다”고 말했다. 이종재·한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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