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운동회가 열리는 날이면 운동장에는 늘 만국기가 나부꼈다.가을하늘 아래 세계 각국의 국기들이 줄줄이 걸리면 그것만으로도 운동회 분위기가 물씬했다.국기는 한 나라의 역사,국민성 등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깃발을 이른다.역사적으로 국기가 국가를 상징하게 된 것은 프랑스 혁명 때 사용된 ‘삼색기’가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1789년 바스티유를 습격한 후 국민군 총사령관에 임명된 라파예트가 시민에게 나누어준 모자 색깔에서 유래한 삼색기는 자유와 평등,박애를 상징하는 프랑스혁명 정신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태극기를 제외하고 우리가 가장 많이 접하는 국기를 꼽으라면 성조기와 일장기,오성홍기다.미합중국을 구성하는 주(州)의 수만큼 별이 있는 것으로 유명한 성조기는 1960년 하와이주가 승격해 50개의 별이 담겨지면서 완성됐다.1854년 다른 배와 구별하기 위해 하얀 바탕에 둥근 해를 그린 깃발을 사용한 것에서 비롯된 일장기는 1872년 메이지 시대 처음 사용했다고 전해진다.오성홍기는 공산당(큰 별)을 중심으로 노동자·농민·소부르주아·민족부르주아 계급(4개의 작은 별)등 모든 중화인민이 단결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는 중국의 국기다.

태극기는 1882년 수신사 박영효 일행이 일본가는 배에 당장 게양해야 할 국기가 필요해 이미 조정에서 대체적으로 정해진 국기 도안내용을 고쳐 사용한 것이 시작이었다.그 후 조정에서는 공식적으로 국기로 채택했고,1949년 문교부 심의위원회에서 음양과 사괘의 배치안을 결정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북한도 해방 직후에는 태극기를 사용했다.하지만 1947년 북조선인민위원회 3차회의에서 지금의 인공기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이번 올림픽 개폐회식에서 공동 입장하게 된 남북 선수단이 태극기나 인공기가 아닌 한반도기를 들기로 한 것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국기가 국가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지만,최근 잇단 핵·미사일 도발로 북한에 대한 반감이 높아진 국민 여론도 한몫했다.그동안 한반도는 긴장이 최고조에 달해 있었다.이는 이번 올림픽을 통해 남북간 평화를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그런데 일부 정치권은 신성한 국기를 가지고 대북 반감 정서를 자극하고 여론 편가르기를 통해 정파적 이익만 꾀하고 있다.

천남수 사회조사연구소장 chonns@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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