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런 배경이 무색하게도 지난 17년은 존폐를 걱정하는 나날이었다.이 공항이 지닌 전략적 가치나 지역의 기대는 수익을 내야 하는 민간공항의 현실 사이에 적지 않는 간극이 있었다.개항 10년도 안 돼 누적 적자가 100억 원을 넘어서면서 공항의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나라안팎의 노선이 툭하면 끊어졌다.그러나 양양공항은 2002년 4월 개항 첫해 북한의 민항기가 잇따라 다녀가며 그 진가를 드러낸다.
당시 북한의 함경남도 금호 지구에 경수로사업이 진행 중이었다.인력과 물자수송을 위한 항공수송로가 필요했고 이 때 양양과 북한 선덕을 잇는 항공노선이 뚫렸다.개항과 동시에 그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이다.그해 7월 고려민항 TU-134(러시아제 수송기) 70명의 관계자를 태우고 양양공항을 다녀가는 시험비행을 했고,10월에는 양양에서 경수로사업 관계자와 노무자를 수송하는 두 번째 비행이 이뤄졌다.
비록 군사적인 문제 때문에 동해상으로 빠져나갔다가 북상한 뒤 내륙으로 다시 진입하는 우회로를 택해야 했지만 오랜 분단의 체증을 내려준 사건이었다.천덕꾸러기 대접을 받아온 양양공항이 지닌 보이지 않는 잠재력이다.그 때 KEDO(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를 통한 경수로 솔루션이 정상적으로 진행됐더라면 현재의 북핵 문제도 달라졌을 것이다.양양공항도 그 과정에서 더 큰 평화의 거점이 됐을 것 같다.
2009년 현대그룹과 북한이 백두산관광을 비롯한 5개 항에 합의하면서 양양~삼지연 항로가 검토됐었다.이제 올림픽을 앞두고 양양공항이 또 한 번 그 존재감을 보여준다.엊그제 양양공항을 출발한 아시아나항공이 북한의 원산 갈마비행장을 왕복했다.마식령스키장에서 진행되는 남북 공동 훈련단을 태우고 갔다가 어제 평창올림픽 북한 선수단을 싣고 왔다.낯선 초행길이지만 다니다보면 큰 길이 될 것이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