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민일보의 평창동계올림픽 자문단 ‘오각’(OGAG·Olympic Games Advisory Group)이 지난 3일 문화올림픽 개막을 맞아 생생한 현장소식을 전해왔다.이날 테마공연으로 첫 선을 보인 ‘천년향’과 2018강원국제비엔날레 전시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은 어떨까.또 다양한 문화올림픽 공연이 펼쳐지고 있는 강릉지역의 분위기를 오각 자문단의 시각으로 들어본다.


▲ 문화올림픽 테마공연 ‘천년향’이 지난 3일 강릉원주대 해람문화관에서 첫 선을 보였다.
▲ 문화올림픽 테마공연 ‘천년향’이 지난 3일 강릉원주대 해람문화관에서 첫 선을 보였다.

테마공연 ‘천년향’의  아쉬움

▲ 최정오 연출가 문화강대국 대표
▲ 최정오 연출가 문화강대국 대표
3일 첫 공개된 평창문화올림픽의 주제 공연 ‘천년향’은 강원도에서 제작한 단일 공연으로는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무대 제작에만 10억 원의 예산을 들인 평창문화올림픽의 메인 이벤트로 참신한 기획이 시도됐다.천년향을 연출한 김태욱 총감독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천년향은 관객참여형 이머시브 쇼이며,강원도의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평화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며 “공연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강원도를 느끼고 체험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하지만 이날 숨죽이며 관람한 70분이 지나고 처음 드는 소감은 어리둥절이었다.우선 강릉 단오제를 모티브로 삼았다고 홍보했지만,극 중 단오를 찾기에는 역부족이었다.단오는 본래 신께 풍요를 기원하는 명절이다.창포에 머리를 감거나 씨름 등 힘 싸움을 하거나,제사를 지내거나 쑥떡을 먹는 행위들이 주를 이룬다.이것들은 모두 병액이나 재화를 예방하는 행위로 의미화된다.하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단오풍속으로 목도 행렬이 등장한다.목도는 큰 나무를 베어 들어 매는 행위인데,보통 가을이나 겨울에 이뤄져 오월 단오와는 거의 상관이 없다.단오 그리고 강릉,강원도를 연상시키기에는 거리가 있었다.그네를 타는 모습이 그나마 위안이었다.

두 번째는 레퍼런스(참조작품)의 오용이었다.‘천년향’은 외국의 유명 작품들을 ‘참고’한 것이라기보다 제작 상황에 맞게 ‘인용’한 것으로 느껴졌다.개인적인 느낌이겠지만 해가 뜨는 모습이나,동물들이 등장하는 장면은 유명 뮤지컬 ‘라이온 킹’의 이미지들이 중첩해서 다가왔다.대형 구조물 천년학이 등장하는 장면 또한 어디서 본듯한 느낌이 들었다.이것은 의도라기보다 제작 시간이 촉박한 탓에 생긴 문제점이라고 생각한다.작품이 갖는 오리지널리티가 사라진 듯한 아쉬움이 남는다.

셋째는 객석과 무대의 경계를 없애,관객들이 능동적으로 극 참여하는 공간을 만들었다는 점이다.관객이 능동적 참여를 의도하면서 이머시브 쇼라는 타이틀을 걸었는데 실제의 극안에선 관객이 참여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오히려 객석까지 이어진 무대로 인해 매우 길어진 등장 동선이 극의 진행을 늘어지게 하고,관람에 몰입을 방해한다.또한 작품 규모에 비해 평이한 의상과 소품 등과 영상들도 작품의 완성도를 떨어트리는 요소로 작용했다.음향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자연을 예쁘게 꾸며놓은 세트와 오버스케일의 무대로 관객이 평화와 안정을 느낄 것이라는 기대도 버리는 것이 옳다.문화올림픽은 우리의 것을 예술적으로 보이는 것이지,예술적으로 보이는 것을 우리의 것으로 삼는 것이 아니다.

▲ 2018강원국제비엔날레가 지난 3일 강릉 녹색체험센터에서 개막한 가운데 참석자들이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다.
▲ 2018강원국제비엔날레가 지난 3일 강릉 녹색체험센터에서 개막한 가운데 참석자들이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다.


비엔날레라는 미술의 도발

▲ 최형순 미술평론가
▲ 최형순 미술평론가
강원국제비엔날레2018이 개막했다.평창동계올림픽 빙상경기가 열리는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경포해변에서 경기장으로 가는 길 사이에 있다.허난설헌 유적지 옆의 강릉녹색도시체험센터가 주 전시장이다.더 많은 공간이 필요했던 비엔날레는,경포호를 향해 열린 너른 공터에 거대한 컨테이너 박스 건물도 만들어놓았다.그 속에 가득한 것은 무엇일까.

전시 주제는 ‘악(惡)의 사전(辭典)’이다.도발적이다.그 점에서 그것은 오히려 예술적이다.보통의 오해와는 달리 미술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강렬하게 밀려오는 것,많은 경우 힘들고 아프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미술평론가이기도 한 보들레르의 ‘악의 꽃’이 여전히 고통으로 유혹하는 예술성과도 마찬가지다.거기서는 미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다.평창동계올림픽에 즈음한 강원의 비엔날레에서 그렇게 주제를 던져놓지 않았다면,아니 미술전시가 왜이래 그런 눈총이 또 가득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우리는 온갖 불편한 사실 속에서 살고 있다.정치와 삶과 인생과 환경은,녹슬고 더럽고 힘겹고 슬픈 현실을 날마다 보여주고 있다.그걸 대하는 태도가 어때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외면하고 감추어야 할까,드러내고 바꾸어야 할까.그러니까 당연히 오늘날 예술가들에게 그것들은 중요한 주제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민주주의라는 말의 기원 데모스는 ‘몫이 없는 자’들을 뜻한다.가진 것이 없는 그들이 말을 시작하면서,그리고 주인이 되면서 민주주의는 시작되었다.작가가 말하고 있는 자리에 대해서도 큰 이견이 없을 것이다.그러기에 바로 그 문화올림픽의 자리에서 가리왕산의 잘려나간 천연림,지구온난화,여성과 난민,이주노동자,다문화가정의 이주여성은 물론이고,테러와 사고,세월호의 고통조차도 소환되고 있다.그것이 치유이며 새 살이 돋는 생성의 시작일 수 있는 까닭이다.

국제비엔날레라는 이름이 격에 어울리는지는 다만 아쉬운 부분이다.국제올림픽이라고 올림픽에 굳이 국제를 붙일 이유가 없는 것과 같은 이유다.세계인의 초대 잔치에 내놓을 우리 미술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그것은 올림픽을 여는 호스트이기에 부여된,과중하지만 필수적인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올림픽 현장,상차림과 함께 레거시를

▲ 이종덕  강릉문화재단 문화사업국장
▲ 이종덕 강릉문화재단 문화사업국장
하루는 왜 24시간 밖에 없을까.어느 바다에 상어가 얼어 죽었다는 추위도 가고,올림픽열차는 점점 기적소리 가까워진다.

토요일엔 올림픽을 일주일 앞두고 문화올림픽 개막행사들이 여기저기서 열렸다.강원국제비엔날레가 초당 녹색도시체험센터에서,강원도의 천년향 공연과 개막행사가 강릉원주대에서 있었다.올림픽 개막식 리허설이 평창에서 있었다.그 영하의 맹추위를 뚫고도 역사는 이루어자고 있다.

KTX역 맞은편에는 손님들을 반기는 웰컴센터와 강원도 상품관이 문을 열었다.도심곳곳의 웰컴숍들도 버선발로 맞을 준비를 마쳤다.안목 커피거리에는 각국 대사관의 참여와 협조를 받아 겨울판 커피축제가 문을 열게 된다.도심을 가로지르는 폐철도부지인 월화의 거리엔 환영등이 켜지고,중앙시장과 거리 곳곳엔 외국인들이 급격히 늘어난 듯 하다.올림픽 도시의 취재경쟁도 한창이라 해외 방송사인 씨엔엔(CNN)이나 씨씨티브이(CCTV),엔에이치케이(NHK)를 비롯한 다양한 방송 카메라들이 도심 여기저기를 찍고 있다.이제 올림픽의 성화만 기다리면 될까.마지막까지 준비하고,다듬고,되짚어보며 열심히 동동거려 본다.

겨울문화올림픽의 현장에서는 강릉농악보존회가 오죽헌 앞뜰에 얼음을 얼려 눈썰매장을 만들고,명주예술마당에는 농업기술센터 주관의 음식 페스티벌도 열린다.대도호부 관아에서는 ‘도배례’ 행사와 다양한 민속놀이가 펼쳐진다.월화의 거리는 캐릭터 인형들이 함께 하는 길놀이가 단오제위원회 주관으로 펼쳐진다.

그리고 이 매운 겨울을 녹이는 온정의 웰컴 환영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준비되고 있다.여러 종류의 상차림이 준비되는 만큼 즐기실 준비도 여러분의 몫이라고 생각한다.아울러 자원봉사자 분들에게 따끈한 차 한 잔 대접해 드리며 서로의 덕담을 나누는 온정의 여유도 함께 가졌으면 싶다.

그리고 그 축제의 현장에서 날마다 고민하는 것이 작은 조형물 하나라도 어떻게 유형의 유산을 남길 수 있을까 이다.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동계올림픽의 기록으로 기억될 유형의 가치를 만들어가는 일.닥종이 인형 하나라도 남겨지는 하루를 만들기 위해 날마다 스스로에게 물음표를 던져 본다.당신의 오늘은 기록될 만 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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