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立春)이다.2018년 새해가 지난 지 한 달이 흘렀다.그러나 절기상으로 보면 입춘은 한 해가 시작되는 또 다른 기점이다.아직은 겨울의 한 복판에 서 있는 것 같지만 어디선가 이미 스멀스멀 봄의 기운이 펴져갈 것이다.이미 여기저기 봄의 전령사 복수초의 노란 자태가 속속 드러난다.얼마 전엔 남녘으로부터 홍매화가 예의 그 고고한 기품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렇게 2월로 접어들 무렵이면 한파도 어지간히 지쳐간다.그러나 물러간듯하다 돌연 나타나는 게 한파다.그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그래도 드러나지 않지만 예기(銳氣)가 꺾여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이런저런 예단을 뒤엎기라도 하듯이 입춘인 어제(4일)는 한파가 몰려왔다.홍천 내면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22.7도를 기록했고 봄이 오는 길목이라는 제주도 한라산에는 30cm에 가까운 폭설이 내렸다.

강원도뿐만 아니라 전국이 영하 10도 안팎의 날씨가 이어지면서 근래 드문 입춘 추위라고 한다.그러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입춘이 지난 뒤에도 이런 추위가 몇 번 오락가락하는 것은 늘 있는 일이다.‘입춘 추위에 김칫독 얼어터진다’는 속담까지 있는 것을 보면 춥다 춥다며 유난 떨 일은 아닌지도 모른다.바깥의 날씨와 관계없이 이미 봄의 경계를 넘어선 것이고 계절이 역주행하는 일은 없을 것임을 안다.

이날을 기점으로 새로운 한 해의 준비가 시작되는 것이다.아무리 한파가 매섭다고 해도 멀지 않아 오고야말 봄을 결코 의심하지 않는다.예부터 대문에 한 해의 소망과 기원을 담은 입춘첩(立春帖)을 써 붙이며 마음가짐을 새로이 하게 된다.‘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과 같은 대구(對句)는 흔히 보는 문장이다.봄이 시작되었으니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올해는 나흘 뒤인 9일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있는 이 때다.그만큼 달이 바뀌고 입춘을 맞는 감회 또한 각별할 수밖에 없다.이번 올림픽에는 전 세계 92개국에서 2958명이 참가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올림픽이 될 것이라고 한다.지난 3일에는 영하 14도의 혹한 속에서도 개막식 리허설까지 무사히 마쳤다.올해는 ‘올림픽 성공’과 ‘지구촌 평화’를 기원하는 올림픽 입춘첩을 써보는 것도 좋겠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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