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과 ‘ 제2의 성’
여성스포츠 분석 보기 드물어
사진보도 연구결과 20% 수준
언론 낮은 관심 여성 선수 소외
80년대 이후 보도 증가 불구
성적이미지 지나친 강조 문제
평창올림픽 성평등 보도 기대

평창동계올림픽이 그 화려한 막을 올렸다.앞으로 약 2주 동안 강원도 평창에서 세계 유수의 젊은이들이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화합의 장을 펼칠 수 있기를 희망한다.지난 칼럼에선 ‘세상은 4등도 기억합니다’란 글을 통해 국내 언론의 금메달 지상주의를 꼬집은 바 있다.오늘은 그 후속탄인 ‘평창동계올림픽과 제2의 성’이다.이름하여 남성 중심주의적 올림픽 보도를 지양하자는 것이 주제다.마침,검찰과 문단을 중심으로 성희롱,성추행 문제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비록,동일한 주제는 아니지만 이 땅의 여성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실어주자는 의미에서 성을 중심으로 한 올림픽 이야기를 몇 마디 건네 보고자 한다.

금메달 지상주의,1등 최고주의와 함께 국내 스포츠 저널리즘의 또 다른 문제점을 꼽아보자면 이른바,남성 중심적 보도를 들 수 있다.지면이건 화면이건 남성 스포츠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기에 여성 스포츠에 대한 뉴스 소개와 분석은 좀처럼 접하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메달 획득이나 입상이 유력한 종목을 제외하면 평소,체조에서부터 축구,배구,농구,탁구,핸드볼,소프트 볼 등 온갖 종류의 여성 스포츠에 관한 경기는 그 유무조차 알 수가 없다.그런 까닭에 여자 스포츠에 대한 언론의 낮은 관심은 여자 스포츠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관심을 진작시키지 못하는 현실로 연결되며 언론으로 하여금 다시 인기 있는 남성 스포츠만 전달하고 중계하도록 유도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다.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미국에 여자 프로야구 팀이 존재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1992년에 방영된 ‘그들만의 리그’라는 영화도 있었지만 메달을 따지 못하거나 비인기 종목에 소속된 여자 선수들은 미디어가 전달하는 스포츠 뉴스에서 배제된 채,그들만의 리그에서 존재할 뿐이다.

1948년부터 2003년까지 55년간 ‘동아일보’의 스포츠 사진을 조사한 김한주와 고은하(2004)의 연구 결과는 여성 스포츠가 스포츠 보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제유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이들에 따르면,여성 스포츠에 대한 사진 보도는 1980년 이후부터 증가하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20%선에 그치고 있어 69%에 달하는 남성 스포츠에 대한 사진 보도와 여전히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반면,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 뉴스 사진에 등장한 선수들의 성비는 남성이 37.2%,여성이 50.4%로 여성 선수 등장 비율이 남성 선수 등장 비율보다 오히려 높았다.남성 선수들의 사진이 여성 선수 사진보다 더 많이 게재된다는 기존의 연구 내용(고은하,2008,남상우,2004,King,2007)들과는 상반된 결과였다.그렇다면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이유는 소치 동계 올림픽의 언론 보도가 김연아와 이상화 선수 등 금메달 유망주들에게 쏠렸기 때문이다.물론,결과 역시 여성 선수들이 압도적으로 좋았다.금메달 3개,은메달 2개,동메달 2개 가운데 남성이 메달을 획득한 종목은 스피드 스케이팅 단체 부문으로 은메달 한 개가 고작이었으니까.나머지 6개(금 3,은 1,동 2)는 모두 여성 선수들이 차지했다.그런 사정을 감안하면 남성 선수들에 대한 사진 보도가 37.2%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오히려 더 놀라울 뿐이다.한국 언론들의 뉴스 이데올로기는 금메달 지상주의조차 앞서는 남성 중심주의,남성 우월주의에 놓여 있으니 말이다.대중 매체는 여성 운동 선수의 보도를 제한하거나 여성 스포츠를 사소한 것으로 폄하함으로써 남성 우월주의적인 담론을 지속적으로 구축한다는 진보적인 학자들의 주장은 이 대목에서 분명,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문제는 또 있다.많지 않은 기회 속에서 여성 스포츠가 지면과 화면에 등장할 경우에는 성적 이미지가 지나치게 강조된다는 것이다.관련학계에 따르면 한국 언론에서 여성의 성 상품화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부터라고 한다.1970년대까지는 한국 사회의 보수성과 함께 스포츠가 민족주의 강화의 주요 매개체로 작동하면서 스포츠 저널리즘이 국가 정통성 확립과 국민 통합 등의 정치적인 기능을 주로 수행했다.하지만 성이 상품화되기 시작한 1980년대에는 외국 선수들과 외국 관중들이 주로 보도됐으며 한국 여자 선수들은 1990년대 이후부터 성적 취재 대상으로 등장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제2의 성’이라는 도발적인 책을 통해 남성 중심주의적 사회의 불합리성을 낱낱이 폭로했던 시몬느 드 보부와르의 사상이 이번 동계 올림픽 보도를 둘러싸고 한국 언론에서도 제대로 구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그래야 스포츠 보도에서도 진정한 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다.



심훈 교수는 1968년 독일 하이델베르크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세계일보 기자를 역임했다.미국 아이오와 주립대 매스커뮤니케이션 석사,미국 텍사스 주립대 저널리즘 박사학위를 받고 지난 2002년부터 한림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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