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GOTIATOR’ 19대 대통령 선거가 막바지에 이르던 지난 해 5월 초 미국 타임지는 문재인 당시 후보를 표지 인물로 쓰면서 협상가를 뜻하는 ‘네고시에이터’를 제목으로 달았다.그러면서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다룰 수 있는 인물이라고 했다.북한의 핵실험 등으로 동북아 정세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문재인 후보를 두고 협상가라고 했다는 점에서 당시로서는 조금 의아해 했던 것이 사실이다.

타임지가 협상가라고 했을 때는 국제적 갈등과 분쟁을 중재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을 의미한다.그런 점에서 문재인 후보가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에 협상가로서 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예측은 당시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이다.오히려 동북아 정세에서는 중국이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기대하는 시각이 훨씬 현실적이었다.적어도 그 때까지는 그랬다.

그런데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김정은 위원장이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하면서 한반도는 새로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특히 남북한간의 대화가 활발해지면서 한반도 문제의 또 다른 축인 미국과 중국의 태도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게 됐다.북·미간 대결양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남북대화만 진전되다보면 한미동맹의 균열 등 부작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중국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평창 올림픽 환영 리셉션장에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태도에서도 나타났듯,미·일 공조를 통한 대북압박 강화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한반도 주변 국가의 대응도 변수다.국제사회의 제재가 합의된 상황에서 이를 뚫고 남북관계 개선만을 추진하다가는 국제사회의 공조를 우리가 깨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여기에 야당을 비롯한 보수층에서는 섣부른 대화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로 부터 돌파구를 찾으려는 전술에 이용당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러한 복잡한 상황속에서 ‘한반도 운전자론’ 등 문 대통령의 협상력이 중요하게 됐다.미국 타임지가 문 대통령을 ‘네고시에이터’라고 한 것이 새삼 떠오른 이유다.그동안 네고시에이터는 주변국가 리더들의 몫으로만 여겨졌다.이제는 문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이자 협상가로 나서야 한다.

천남수 사회조사연구소장 chonns@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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