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채린 원주 호저초 교사
▲ 이채린 원주 호저초 교사
지난달 19일 교육부가 2018 교원성과급 지급계획을 확정했다.지금까지는 S등급과 B등급의 차이가 70%인데 앞으로는 50%로 줄인다는 것이다.폐지를 기대했던 교사들에게는 참으로 힘이 빠지는 일이다.

2001년 ‘열심히 일한 교사에게 성과에 따라 성과금을 주겠다’며 도입된 교원성과급제도는 수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살아남아 교사를 괴롭혔다.열심히 ‘일’한 교사,교사의 ‘일’이란게 무엇일까?

초·중등 교육법 제20조 교직원의 임무를 보면 ‘교사는 법령에서 정한 바에 따라 학생을 교육한다’이다.교사의 일은 학생을 교육하는 것이다.‘교육: 지식과 기술 따위를 가르치며 인격을 길러줌(표준국어대사전)’ 교원성과급제도의 도입 취지는 이러한 교사의 일을 일정한 잣대로 재어보고 평가하여 나누어서 ‘돈’으로 보상해주겠다는 것인데 교사의 일이 가르치고 인격을 길러주는 것이라고 할 때 과연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일까?

한 교사가 1학년에 입학한 어린이에게 일 년 동안 열심히 한글을 가르쳤다.조금 느리게 배우는 아이가 일 년 동안 열심히 가르친 덕분에 2학년에 올라가서야 한글을 깨우쳤다면 1학년 담임교사는 교원성과급제도의 잣대로 비추었을 때 ‘열심히’ 가르친 교사였을까?

배움이란 번개처럼 내리꽂히며 깨우치는 순간일 수도 있지만 촉촉이 내리는 비에 땅이 젖어들 듯이 천천히 때로는 나중에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다.일 년 동안의 가르침과 배움의 성과를 재겠다는 것은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때로는 교사의 ‘일’이 ‘업무’를 말하기도 한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해야 할 일 가운데 공문,계획서나 행사와 예산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것까지를 교사의 일이라고 보는 것이다.가르치는 일에 이러한 업무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하지만 교원성과급제도가 학교에 들어온 이후로 수업보다는 업무가 교사에게 더 중요한 일,가치가 돼버렸다.

교사의 성과를 재기 위한 평정표를 보면 수업 시수,업무 난이도,연수 이수 시수 따위가 기준이다.양적으로 누가 더 많이 수업을 하느냐를 재고 어떤 업무가 더 쉽고 어려운지를 재는 것이다.업무의 쉽고 어려움을 따지다보면 그 업무를 맡은 사람이 성과급제도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게 당연하니까 힘이 들어도 참고 해내야 한다는 생각을 쉽게 한다.내가 어려운 업무를 맡았으니 다른 교사보다 높은 성과급을 받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도 든다.이렇게 교사들이 함께 하기보다는 내 업무 중심으로 돌아가는 이기적인 학교 문화를 만들게 된다.공교육의 가치인 민주주의,함께 하는 사회를 가르쳐야 할 학교에서 교사들은 끊임없는 경쟁과 불신에 내던져진 것이다.

정부의 2018년 교원성과급 차등률 50% 계획에 대해 현장교사 84%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며 91%의 교사들이 성과급 폐지를 위한 균등분배에 참여할 의사를 밝혔다.문재인 대통령 또한 “교원성과급은 지난 보수정권 동안 교원을 통제하려던 구체적인 수단이었다”고 답했다.70%에서 50%라는 얄팍한 수정 또한 교원을 통제하려는 구체적인 수단이 아닐까? 진정한 공교육 정상화,학교공동체 회복을 위한 교원성과급제도 폐지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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