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낱같이 흘러내리는 백발이 눈앞을 가리운 채

까맣게 그을린 검버섯 낀 쪼글쪼글한 이마의 주름은

백년의 흐름속에 패인 어머니 삶의 깊은골 같구나



그 골에는 이슬과 서리 눈비에 젖었던 시린 여운이

온 몸에 스며있고 겹겹의 주름 속에 어머니가 달려온

한 생애 힘 겨웠던 가시밭길 이야기가 쓰여져 있구려



마디마디 굳은살 박힌 손등의 주름은 다랑논 모심고

비탈길 김매던 삶의 고랑 그 고랑에는 산나물 뜯고

도토리 주어다 끼니를 잇던 허기진 세월의 흔적이 숨고

굽어 휘어진 허리에 쌓인 겹주름은 자식을 잉태하여

탯줄을 이으며 이 세상에 태어나 눈을 뜨게하고 아기에게

젖을 물렸던 힘든 산고의 흔적이며 고귀함이 넘치는

위대한 어머니의 주름



집을 나서며 뒤돌아 어머니의 얼굴을 바라보니 울컥 목메인

눈물이 이 못난 자식의 가슴속에 흘러내리네

정병식·시인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