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냉전 역사 대전환점, 평화사업 의제 선점 급선무”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강원도민일보는 24일 도청 통상상담실에서 최문순 도지사와 김기석 강원대 통일강원연구원장(정치외교학과 교수)의 특별대담을 진행했다.송정록 정치부장 사회로 진행된 이날 대담에서 최 지사와 김 원장은 ‘남북정상회담과 강원도 발전전략’을 주제로 2018평창동계올림픽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갖는 역사적 의미를 분석했다.비핵화와 종전선언 등 남북정상회담의 핵심 의제,강원도의 과제도 진단했다.최 지사는 “평창동계올림픽이 전쟁의 상징이었던 강원도를 평화의 상징으로 바꾸기 시작했다”며 “이제는 강원도가 정치·경제·문화의 대북 전진기지로서 앞장서야 하는만큼 대담한 사업제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김기석 원장은 “남북교류 아이디어를 모아 ‘평화사업 패키지’를 구성,주도권을 선점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

▲ 최문순 도지사(사진 오른쪽)·김기석 강원대 통일강원연구원장(사진 왼쪽)
▲ 김기석 강원대 통일강원연구원장(사진 왼쪽)·최문순 도지사(사진 오른쪽)

▲대담 최문순 도지사·김기석 강원대 통일강원연구원장 
▲사회 송정록 정치부장

▲ 김기석 강원대 통일강원연구원장
▲ 김기석 강원대 통일강원연구원장
△김기석=“예상치 못한 전개가 이뤄지고 있다.역사의 대전환이다.1989년 40년만에 서구의 냉전이 무너졌는데 70년만에 한반도 냉전도 무너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정상회담 실패를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많은데 저는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과거와는 다른 여러 요소들이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지사께서는 이제 벌어지는 상황들을 실제로 만지셔야 한다.강원도로서는 다시 없을 역사상 절호의 기회다.도 차원에서 준비를 많이 하고 계신것으로 아는데 이제는 구체적인 행동으로써 성과를 거둬야 하는 상황이다.”

△최문순=“말씀하셨듯 역사의 대전환이자 변곡점이다.2차 함수가 그리는 큰 포물선의 맨 끝 변곡점에 와 있는 것 같다.”

△김=“마이너스 그래프에서 이제 위로 그려지는 느낌이다.”

△최=“불과 얼마전까지만해도 ‘평화협정’이라는 말을 하면 빨갱이라는 논리가 한반도를 지배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아무렇지 않게 나온다.심지어 미국 대통령 트럼프도 종전을 말하고 있지 않나.”

△김=“종전체제는 정말 쓰기 어려운 단어인데 당연히 쓰여지면서 국민정서상으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패러다임의 전환이 정말 빠른시간에 이뤄지고 있다.”

▲ 최문순 도지사
▲ 최문순 도지사
△최=“이제까지 구상하고 진행시켜왔던 사업들은 부분적이고 파편적이며 단편적인 사업들이었다.흐름에 뒤처진 것들이라고 볼 수 있다.지금부터는 좀더 대담한 구상을 해야할 것 같다.예를 들자면 고성을 남북일제 아래 홍콩처럼 만들어 보는 것이다.홍콩에서 중국을 드나드는 차들은 번호판을 2개 달고 자유롭게 드나든다.고성에서도 남북 번호판을 각각 허가 받아 검문없이 자유롭게 다니는 시스템 등 발상 자체를 바꿔야 할때다.”

△김=“제일 많이 느끼는 것은 과연 평창동계올림픽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가능했을 것이냐는 점이다.역사의 전환은 이를 낳을만한 힘의 응축이 있을때 가능하다.큰 계기가 필요한 것인데 이것이 바로 강원도민들이 10년이상 눈물과 땀으로 만들어낸 올림픽이다.이러한 가치를 하나의 스토리로 만들어야한다.강원도가 해 온일들 자체가 세계평화의 메카로 자리잡을 수 있는 엄청난 자산이다.또 강원도를 옥죄어 왔던 분단,규제,긴장,DMZ와 같은 단어들이 이제는 문화자산으로 탈바꿈해 하나의 역사가 되는 순간이 올 수 있다.세계 어디에도 없는 곳이다.경제적 가치를 따질 수 없을 정도의 문화가치를 강원도가 가질 수 있다.

남북상황이 진전되는 것을 보며 강원도와 지사님의 역할이 훨씬 중요해졌고,과감한 제안을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그간 강원도의 상징은 전쟁을 가장 치열하게 치른 곳이었다.한국전쟁 2대 격전지가 철원 백마고지와 그 바로 위 저격능선이다.저격능선의 경우 중국이 상감령 전투로 격전기록을 남길만큼 유명하다.중국 초등학교 교과서에 미국으로부터 북을 지켜준 사례로 싣고 모택동이 영화로 만들었을 정도다.그 주제곡이 베이징올림픽에서 불릴 정도로 중국에서 유의미하게 보는 전쟁이 강원도 땅에서 벌어졌다.이처럼 전쟁의 상징같았던 강원도를 이제는 평화의 상징으로 바꿔야 한다.그 역할을 평창동계올림픽이 먼저 시작했다.이제는 강원도가 대북진출에서 제일 앞장서야 하는 상황이다.전쟁터의 전진기지에서 정치·경제·문화적 교두보이자 전진기지가 됐다.좀 더 대담한 제안이 필요하다.철원평야와 그 위쪽 평강공원을 통일수도로 하자는 정도의 제안이다.바로 가능하진 않더라도 준비를 시작하자는 정도의 의견제시는 해야할 것 같다.”

△김=“무엇보다 의제선점이 중요하다.남북관계가 경색돼있던 10년간 강원도 지역 내부적으로도 많은 고민과 준비들이 이뤄졌다.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고성만해도 어려움 속에 응축시킨 여러 아이디어들이 있다.앞으로의 과제는 변해가는 상황에 잘 적응하면서 준비한 아이디어를 엮어서 프로그램화 하는 것이다.평화특별자치도가 어렵다면 고성특별자치군 등 군단위부터의 통일시도를 하는 것은 누가봐도 좋은 아이디어 아닌가.아이디어를 다듬는 노력들이 많았으므로 이제는 빨리 터뜨릴 때다.이번 회담에서 교류관련 합의가 이뤄지면 강원도가 바로 아이디어를 던져야 한다.대학도 그런 역할 해야한다고 생각한다.원산종합대학이 북한에서도 굉장히 좋은 대학인데 강원대와 함께 일반학생 간 스포츠교류를 제안해볼 생각을 갖고 있다.금강산에서 학생들이 캠핑하고 체육대회를 가지면서 교류를 나누는 것이다.충분히 가능한 프로그램이다.이처럼 대학과 기업,NGO 등 각 분야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던지고,정치분야에서는 지사님이 그런 핵심적 역할을 해주셔야 한다.이름은 고민해봐야겠지만 ‘강원평화이니셔티브’ 등 브랜드를 만들어 여러 아이디어를 패키지화,중앙정부와 논의하며 실현시키는 시도와 노력이 필요하다.”

△송정록=“과거에는 경의선과 해주 등 남북연결 논의가 서해안 중심으로 이뤄졌으나 요즘에는 H자 형태의 발전모델이 제시되고 있다.남북협력 사업도 있지만 국가경제 차원에서 새로운 개발 축을 만드는 것에 대한 의제선점이나 제안도 해야 하지 않을까.”

△최=“우리나라 경제가 매우 어렵다.노령화 때문에 올해부터 인구절벽에 접어들면서 쪼그라들고 있는데 극복방법이 마땅히 없다.유일한 방법이 북한과의 연계다.북한은 땅값이 없고 인건비가 월 8만원 수준이다.우리 자본과 북한 노동력,자원이 합해지면 전세계 시장 석권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또 철도연결을 통한 중국,유럽과의 물류효과까지 합해지면 그 효과는 더욱 엄청나다.이런 것들이 합쳐지면 우리가 G2까지도 내다볼수있다는 골드만삭스 보고서도 있는데 농담이 아니라고 본다.이런 예상이 가능한 구조적 가능성이 있다.강원도 인구가 157만인데 북강원도에 170만명이 있다.인구 300만명 넘으면서 강원도 위상이 지금보다 2배 이상 커지게 되는 것이다.북도지사와 만나는 강원도 정상회담 요청도 해볼까 한다.북강원도지사는 강원도당 비서라고 부르더라.”

△김= “안그래도 남북강원도 통합 도지사가 되시는 것 아니냐는 말들도 있다.”

△최= “북강원도 인구가 더 많아서 결선투표하면 지겠더라(웃음).”

△김=“한국경제가 여러 벽에 부딪혀 있는데 일종의 샌드위치 효과다.노동력에서는 저개발 국가에 밀리고 기술력에서는 일부 분야를 제외하면 아직 세계최고가 아니다.기술을 끌어올리면서 국내 여러 사양산업을 활성화 시키는 2가지가 모두 필요한데 이들은 북한과 협력했을때 시너지 효과를 낼수 있다.북한의 기초과학은 굉장히 발달해 있다.삼성과 같은 기업이 이같은 잠재력을 상업화하면서 협력할 수 있다.이미 언어가 통하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노동력이 저렴하게 공급되는 효과도 이루 말할 수 없다.외국인이 우리나라 인구절벽을 우려하면 잘 교육됐고 일할의지가 있는 1500만명 북한 인구를 언급하며 안심시켰는데 이것이 실제로 풀리는 시점이 온 것이다.남한만 생각했을 때 우려해왔던 많은 사회적 패러다임.이른바 ‘뉴노말(New Normal)’이 북한과의 협력으로 새로운 동력을 얻는 계기가 될 수있다. 그 중심에 강원도가 있다.H자형 신경제지도는 동해북부선 철도연결부터 시작해서 유라시아 고속도로 연결 등 작업들로 만들어진다.이것이 시작되는 순간 강원도는 경제적 효과 얻는다.금강산,마식령스키장 관광과 금강∼설악 종합레저단지 등도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본다.인프라는 이미 다 있지 않나.핵문제 해결로 정치적 불신이 없어지는 순간 대한민국 어떤 지역보다 상황 변화의 혜택받을 수 있는 위치에 강원도가 있다.또 경제를 넘어 당장 강원도가 가지는 상징적 의미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한반도 평화에서 강원도가 갖는역사,정치,경제적 의미들을 발견해 마케팅해야 한다.엄청난 기회의 창이 열렸다.”

△최=“이번 정상회담에 우리 의제 넣어달라는 요청을 하고 있다.동해북부선이 핵심이다.김정일 전 위원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간 회담에서도 이것부터 하자고 했다는 기록이 있다.H자 중 동쪽의 위험부담이 덜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김=“남북협력 관련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었는데 비핵화와 종전선언,평화협정 등 생각지도 못했던 거대담론이 이렇게 빨리 튀어나와서 일반의제가 될줄은 몰랐다.이런 담론들이 해결된 후 구체적 협력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보고 속도 조절을 하고있다.세계에 많은 석학이 많지만 냉전체제 이후를 예측하는 학자들은 많지 않다.역사의 급진적인 변화는 아무도 내다보기 힘들다.강원도가 제시하게 될 통합 패키지가 중요하다.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분들이 매우 많다.어떤 생각들인지 지사께서 모아보시고 정리한 후 패키지화하면 중요할때 활용할수 있다.”

△송=“88서울올림픽 이후 동구권 체제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것과 비슷한 전개다.”

△김=“재밌는 포인트다.”

△최=“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CNN뉴스 등에서는 지구상 냉전이 끝났다고 했다.우리는 이렇게 남아있는데도.결국 우리만 지구상에서 사라진 공산주의 체제,강시와 붙들고 멱살잡이를 해 온 셈인데 그 마지막 붕괴를 이제 앞두고 있는 느낌이다.”

△김=“역시 핵심은 비핵화다.그 의미는 남북이 다르다.우리는 북한핵무기를 없애는 것이지만 북한과 중국은 남한에 제공되는 미국핵우산까지 포함한 한반도 비핵화를 말해왔다.하지만 북한이 이번에는 과거 주장을 고수하지 않고 핵 동결 정도의 수준에서는 협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문제를 놓고 평화공세를 펼친 것과 다르다.가장 달라진 것이 이 부분이다.이후에는 협상의 여지가 엄청 넓어지게 된다.비핵화와 관련해 구체적 이행단계로 가는 것은 시간걸릴지 모르겠지만 역사적 합의는 가능할 것으로 본다.지금 정도의 외교력이라면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다.서로의 의견차이를 얼마나 줄여서 공동성명을 내느냐가 관건이다.북한에 들어가 있는 휴대폰이 400만대 정도라고 한다.실제 이뤄지고 있는 북한사회 변화를 이번 회담에 담아낼 수 있다고 믿는 것이 맞다.”

△송=“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운전자론을 잘 내세운 것 같다.흡수통일과 같은 위력적인 전략보다 공존과 상호주의라는 점도 잘 선택했다.”

△김=“문 대통령이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김여정 당부부장 방문시 정말 잘해줬다.파격적 의전이어서 얼마나 말도 많았나.그걸 지켜보며 무언가 이뤄질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북한이 의외로 인간미나 의리 등에 민감한 사람들이다.2014 인천아시안게임 때는 황병서 등 북한 지도부가 왔을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나지 못하고 그냥 돌아갔다.의지가 없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반면 이번 북한 의전은 매우 신경썼다.그런 것이 북한에 통한다는 것을 고려한 것 같다.북한 특사단이 갈 때 안 만나주면 어떻게 하느냐는 걱정들이 있었는데 기우였다.심플한 계산인데 여기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다보니 복잡한 예상들이 생긴다.

이제는 강원도에 부여된 엄청난 가치,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것을 잘 만들어내야 한다.평화가 시작된 장소 등을 중심으로 인문학,인류학,사회학자들이 붙어서 스토리를 넣어서 새롭게 만들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송=“하지만 통일사업 등에서 강원도는 배제되고 결국 경기와 인천 중심으로 가는 분위기다.”

△김=“그렇다.하지만 이것을 뚫고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지역통일센터도 인천이 가져가 버렸다.하나센터 등 새터민 관리와 자유총연맹,통일교육센터 등 묶어서 하나로 가는 것인데 강원도가 첫번째를 빼앗겼다.지금이라도 강원도가 먼저 주도하고 준비하는 작업들이 필요하다”

△최=“한반도와 동북아의 변화,정치지형 변화가 일고 있다.냉전체제가 어쨌거나 균열상태 들어갔고 강원도가 그 앞에 서있다.모든 도민들의 힘을 모아 이 변화에 올라타고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평창올림픽이 끝나면 일이 좀 줄어들고 끝낼 수 있는줄 알았는데 훨씬 더 큰 변화를 맞게 됐다.더욱 큰 과제인만큼 마음 잘 모아야겠다.”

정리/김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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