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산에 오르려면 여러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먼저 그 산에 대해 알아야 한다.높이는 어느 정도이며 길은 또 어떠한 지 예비지식이 있어야 한다.또 등정에 필요한 기본적 체력이 갖춰져야 할 것이다.그러나 이것만으로 다 되는 게 아니다.정상에 오른다는 것은 한 걸음 한 걸음 자로 재듯 전 과정을 밟아가야 한다.단 한 걸음도 생략하고서는 정상이라는 목표에 이를 수가 없다.여기에는 요행이란 있을 수 없다.

아래서 정상을 올려다보면 아득하고 도저히 짧은 보폭으로는 이를 수 없을 것 같다.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뎌보아도 거리는 좁혀지지 않는다.산에 올라야 한다는 열망이 클수록 그 거리는 더 멀어 보인다.도저히 가 닿을 수 없을 만큼 아득하게 느껴지고 조바심을 내게 된다.심리적 거리는 실제의 거리보다 더 과장되기 십상이다.그러나 가고 또 가면 누구나 오를 수 있고 극복할 수 없는 정상이란 없는 것이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다보면 어느 새 나타나는 게 정상이다.그곳에 이르게 하는 것은 과도한 집착이나 열망이 아니라 그저 한 발 한 발 요령부리지 않고 밟아가는 구체적 노력이다.그것은 급하다고 생략할 수도 건너 뛸 수도 없다.과정 하나하나를 확인하듯 발 도장을 찍어야 비로서 가 닿을 수 있는 것이다.정상에 대한 욕망을 절제하고 인내하며 당면한 한걸음을 더 내딛는 것이 정상으로 가는 지름길이 된다.

한반도의 통일이 그 같은 여정이라고 본다.당위는 크고 열망은 높으나 단숨에 오를 수 없는 것이 통일의 등정이 될 것이다.손을 내밀면 잡힐 듯 하고 단숨에 오를 것 같지만 한 고개를 넘으면 또 다른 고개가 나타난다.이런 첩첩산중이 통일의 길이다.국토의 분단과 민족의 이산은 어느 덧 반세기를 넘어 세월의 이끼가 쌓여간다.그러나 통일에 대한 꿈이 있고 그 지향점을 놓치지 않는 한 꼭 통일은 올 것이다.

내일(27일) 남북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린다.지난 2월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대화의 물꼬가 트였고,또 한 번 변곡점을 맞는다.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웠다.이번 회담을 전후로 북중·북미 회담도 이어진다.한반도 정세가 긴 터널을 빠져나온 것 같다.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서두르지 말고 한 발 한 발 나아가야 한다.내일 판문점 정상회담이 통일을 향한 진일보가 되기를 기원한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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