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1주년을 10여일 앞둔 지난 27일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집권 1년의 의미와 성과를 보여주는 결정판이라고 하겠다.분단의 상징인 판문점 회동은 극적 상황을 연출,나라안팎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오랜 대결과 반목의 시간을 지나 불과 반나절 만에 이뤄낸 합의는 기대와 상상을 뛰어넘었다.지난 1월 혹한 속에서 대화의 물꼬를 트고 화해의 싹을 키워왔다.
평창올림픽은 그 기적 같은 일이 가능하게 한 무대가 됐다.강원도가 아니었다면,평창올림픽이 아니었다면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올림픽이 열리는 2,3월을 지나면서 극도로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풀리기 시작했고 이런 기운은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의 반전을 몰고 왔다.아직은 선언의 단계이고 5월말이나 6월초로 예상되는 북미회담이라는 큰 산이 남아있다.짧은 기간 큰 고비를 잘 넘긴 것은 다행이다.
판문점 선언은 특정 현안의 문제가 아니라 패러다임의 변화를 뜻한다.한반도 갈등의 뇌관이 돼온 북핵 문제도 가닥을 잡았다.남북이 ‘완전한 비핵화’를 공동의 목표로 확인한다고 했고 올해 안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한다.군사충돌이 잦았던 서해북방한계선(NLL)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고 개성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설치한다.문재인 대통령의 가을 답방과 8·15이산가족상봉도 추진한다.
그러나 여전히 갈 길은 멀고 짐은 무겁다.스포트라이트는 순간이고 그 뒤에 오는 긴 시간은 많은 인내를 요구할 것이다.주변국의 호응을 이끌어낼 힘은 남북 동질성과 강력한 연대감 속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이런 점에서 8·15 이산가족상봉은 너무 멀게 느껴진다.이산가족 대부분이 80세 이상의 고령이다.이산의 한을 풀어 줄 전폭적 조치가 시급하다.곧 이어질 남북적십자회담에서 통 큰 합의를 바란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