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씨 흙에 묻어 움을 틔우고 다래 속에 잉태하여
긴 여름 이겨내고 그 어느 가을날 하얗게 피어난
목화의 부드러운 자태가 그 옛날 어머님이 시집가는
딸에게 만들어 주시던 솜꽃 이브자리 같구려
저 구름은
크고 작은 힌 조각이 무리를 지어 넓고넓은 천상의
푸른 초원에서 한잎 두잎 풀을 뜯는 양떼들의 풍경속에
어미 찾는 어린 새끼들의 애절한 울음 소리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은은히 내 귓가에 들려오는것 같네
저 구름은
남극으로 가는 펭귄의 떼들인가 날지 못하여
짧은 다리 곧추서 뒤뚱뒤뚱 갈길이 바쁘구나
북녁으로 가는 백곰의 무리는 거구의 어미곰이
새끼곰 몰며 어슬렁 어슬렁 백설둥지 찾아가네
저 구름은
어제도 두둥실 오늘도 두리둥실 정겹게 가족 손잡고
남과 북을 자유로이 오가며 꽃 향기 맞고 새소리 듣는데
어이하여 이 몸은 저 산 넘어 내고향에 오가지를 못하네
힌구름 두둥실
저기 가는 구름아 부디 내 소원 하나 들어줄 수 있겠소
반백년 넘게 쌓인 그리움과 한을 저하늘 아래 살아있을
내 형제에게 아직 내가 살아 있다고 소식이나 전해주오
정병식·전 강원도청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