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에서도 “아버지가 없었다면 태어날 수가 없었고 어머니가 없었더라면 길러질 수 없었다(非父不生 非母不育)”며 “부모는 나를 세상에 있게 한 가장 가까운 존재(人生在世 父母爲親)”이라고 그 인연을 설명한다.그러면서 “부모의 은혜는 넓은 하늘과 같이 다함이 없는데 어찌 값을 수 있겠는가?(父母之恩 昊天罔極 云何可報)”라고 했다.이렇게 반문(反問)하는 것으로 은혜의 지극함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자식은 부모로부터 멀어져 간다.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에 이르길,“자식은 고향을 떠나 바삐 살아가지만 부모의 마음은 자식을 따라 사방으로 기울며 창가에 머리를 얹고 기다린다”고 했다.그러나 “자식은 아내를 맞고 자식을 얻어 부모를 멀리하며 자기들끼리 집안에서 서로 즐겁게 얘기한다.부모가 나이 들고 기력이 쇠해도 하루 종일 문안도 오지 않고 홀로 돼 손님처럼 외롭게 빈 방을 지킨다”고 했다.
오늘의 모습이 그대로 비친다.부모에 대한 자식의 도리를 다하는 것은 고사하고 입에 담기도 어려운 끔찍한 범죄까지 서슴지 않는 것이 요즘세태다.최근 경찰청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폭행 상해 협박은 부모나 배우자 부모를 대상으로 한 존속범죄가 9189건이 발생했는데 지난 5년간 2배가 늘었다고 한다.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부모의 사랑은 변치 않고 천륜을 저버릴 순 없다.
“내게는 너무나도 소중한/지우개가 있다/내가 아플 때,지우개는/나의 아픔을 지우고/내가 슬플 때,지우개는/나의 눈물을 지우고/내가 힘들 때,지우개는/나의 한숨을 지운다/지우고 지우고 또 지운다/자신이 닳아 없어진다는 사실조차/모르는 채,/지우개가 계속 작아진다/엄마라는 지우개와 아빠라는 지우개가/계속 작아진다”(염승옥의 ‘지우개’) 내일(8일)이 어버이 날.더 늦기 전 전화 한 통이라도 드리자.
김상수 논설실장ssookim@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