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주현 홍천주재 취재부국장
▲ 유주현 홍천주재 취재부국장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는 영화가 문득 생각난다.영화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로 올라간다.미국 뉴올리온스에서 80세의 외모를 가진 사내 아이가 태어나는데,이름이 벤자민 버튼이다.벤자민은 부모에게 버려져 양로원에서 노인들과 함께 지내는데,점점 나이를 먹을수록 본인이 젊어진다는 사실을 알게된다.12살이 되어 60대의 외모를 가지게 된 그는 어느 날 소녀 데이지를 만난 후 잊지 못한다.청년이 되어 세상으로 나간 벤자민은 숙녀가 된 데이지와 만남과 헤어짐을반복하다 사랑에 빠진다.이 둘 사이에서는 딸이 태어난다.벤자민은 자신의 끝을 느끼고 책임질 수 없다며 데이지와 아이 곁을 떠난다.이후 데이지는 벤자민이 치매에 걸린 어린이 상태로 양로원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벤자민을 데리고 집으로 가서 그가 신생아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함께하고 본인도 자신의 딸 옆에서 편안하게 눈을 감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이 영화에서 던지는 메시지는 뭘까.바로 자연 그대로의 순리를 일깨워주는 것이 아닐까 곰곰이 생각해본다.그 순리의 역행 뒤에는 이별과 아픔,고통 등이 상존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아닐까 되뇌어 본다.

홍천 11기계화보병사단이 군부대 편제조정에 따라 명칭이 20기계화보병사단으로 변경되고 신병교육대는 폐지된다는 이야기가 홍천지역 사회를 강타하면서 홍천군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설상가상으로 군인 외출 외박구역 제한 폐지가 불거지면서 지역상권마저 위기감이 맴돌기도 했다.왜 홍천군민들은 11사단 명칭 변경에 대해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할까.바로 11사단은 홍천의 역사이자 홍천을 상징하는 트레이드 마크이기 때문이다.11사단은 6·25전쟁중인 지난 1950년 8월27일 창설돼 60년 이상을 홍천에 주둔하며 홍천군민과 함께하고 있다.지난 60년동안 11사단에서 복무한 장병들이 연간 3000명으로 가정했을 때 무려 18만 여명의 장병들이 홍천을 거쳐 간 것이다.11사단은 기계화보병사단이전에 보병부대였는데,전국에서 행군하면 11사단으로 통할 정도로 엄청난 훈련을 받는 부대로 군입대를 앞둔 장정들에게는 공포(?)의 부대이기도 했다.그만큼 11사단 장병들은 큰 자부심을 갖고 해마다 11월 11일 부대방문의 날로 정해 가족과 함께 옛추억을 회상하는 축제도 개최해 오고 있다.이는 곧 ‘홍천하면 11사단,11사단하면 홍천’이란 등식을 떠올릴 정도였다.지역에서는 전국 최초로 홍천군에 거주하는 군인과 가족에게 홍천군민으로서 자긍심과 애향심을 갖도록 해 주기 위해 지난 2009년 2월 홍천군 군인의 날 조례를 제정해 해마다 10월 4일 전후로 주둔 군인 사기증진과 군민과 하나되는 군인의 날 행사를 9회째 성대하게 개최해 오고 있다.또한 지난 2015년부터는 신병교육대 수료식에는 관내 기관단체장이 신병교육대를 방문해 훈련병을 격려하며 신뢰증진과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등 전국에서 가장 모범적인 군(軍)의 군민화 운동을 선도해 오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의 국방개혁에 따른 지상군 작전사령부 편제 조정에 따라 11사단이 20사단과 통합되면서 해체될 계획이라는 소식을 접하면서 홍천군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홍천의 11사단과 양평에 주둔하고 있는 20사단이 통합되면서 통합 사단본부가 11사단 본부를 이용할 계획임에도 불구하고 지역주민들은 60여년간 함께한 11사단 명칭 변경에 대해서는 단호하기만 하다.바로 11사단이 홍천군민의 자존심이기 때문이다.11사단은 1953년에 창설한 20사단보다 3년 앞선 부대이자 6·25전쟁 기간동안 동부전선 전투에서 적 3개 사단을 궤멸시키는 전과를 올리며 대한민국 정통성을 수호한 부대다.순리를 역행해서는 안된다.순리에 역행하면 순리에 역행되는 결과가 나오듯이,순리에 역행하는 결정을 하면 그런 결과에 책임도 져야 한다.순리는 곧 존중이기 때문이다.역사와 전통에서 앞서고 군민들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 11사단의 명칭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한국군의 정통성을 유지하는 순리가 아닐 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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