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벨라스케스, 바로크 미술의 정수 ‘감각의 완성’
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세계 3대 미술관 중 하나
미술사 관통하는 유수 작품 중
가장 넓은 홀 중앙 ‘라스 메니나스’ 위치
바로크 시대 대표하는 벨라스케스
의심의 여지 없는 고전 역작 평가

남과 북 정상의 만남에서 보여준 감동과 여운이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장면마다 민정기의 북한산,신장식의 금강산을 비롯한 많은 그림들도 함께 했다.역시 감동,그림,예술은 어울리는 조합이다.볼거리 많은 유럽을 찾아서도 마찬가지다.찾아간 곳 대부분은 미술이다.미술은 시각 예술이다.인지이론에서 시각의 중요성은 청각,촉각 같은 다른 감각비중을 압도할 만큼 중요하다.짧은 시간에 보거나 시간에 구애되지 않고 항상 준비되어있는 것은 시각예술인 볼거리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미술이 가장 유력한 관광자원인 이유다.

▲ 프라도미술관 벨라스케스 홀 정면에 걸려있는 ‘라스메니나스’.높이 3m가 넘는 대작이다.
▲ 프라도미술관 벨라스케스 홀 정면에 걸려있는 ‘라스메니나스’.높이 3m가 넘는 대작이다.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서 가장 중요한 보물들이 모여 있는 곳은 프라도미술관이다.그곳 보물이니까 우리와는 상관없을까.어떤 고전이든 우리와 상관없는 것은 없다.비판하자면 터무니없는 그리스 신화를 왜 우리가 알아야 할까.모든 예술작품에,오늘의 일상과 상품 브랜드에 여전히 쓰이고 있는 것은 물론 어떤 고전을 읽을 때도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그런 미술의 고전,보물들이 모여 있는 곳이 프라도미술관이다.프라도는 세계 3대 미술관이라고 불린다.그곳 작품만으로도 우리가 정리하고 있는 미술사 전체의 구성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르네상스 4대가인 티치아노,그리스 태생으로 유서 깊은 중세도시 스페인 톨레도에서 ‘그리스사람’이라고 불린 것이 그대로 이름이 된 엘 그레코,바로크 최대 작가 루벤스,공화주의자였지만 나폴레옹의 학살을 신랄하게 고발한 고야와 같이 커다란 방을 차지하는 작가의 작품들은 프라도가 미술사를 그대로 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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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벨라스케스 작 ‘라스 메니나스’
프라도미술관의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작가가 바로 벨라스케스다.그는 미술관 전체의 동선에서 한 가운데 가장 넓은 타원형의 홀에 별도로 전시될 만큼 중시되고 있다.그리고 그 홀 입구 맞은편 중앙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있는 작품이 바로 ‘라스 메니나스(Las Meninas)’다.가장 중요한 자리에 있는 작품,라스 메니나스!라스 메니나스란 ‘시녀들’이란 말이다.공주와 시녀들인데,가운데 어린 공주가 드레스를 입고 서 있다.귀족출신이자 가정교사이기도 했던 시녀들과 난장이들이 주위에 있다.그 왼쪽에 펼쳐진 캔버스에서 한발 물러나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사람은 작가 자신인 벨라스케스다.이 그림 앞에 있었을 사람들은 저 뒤 멀리 거울 속에 여린 흔적으로만 남아있다.왕과 왕비다.

이 그림을 다룬 소설과 영화처럼,철학자 미셀 푸코를 읽을 때도 이 작품이 고전임을 절감하게 된다.푸코의 저술 ‘말과 사물’ 첫머리는 이 작품으로 시작되고 있다.그림의 장면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파악해야만 적지 않은 분량의 그 글을 따라 읽을 수 있다. 그가 말하려는 것이 쉽지는 않다.‘재현’이라는 주제다.재현은 실제와 그것을 그대로 베낀 것의 관계 문제다.실제와 베낀 것을 동일한 것으로 믿었던 시대,즉 재현을 의심하지 않던 시대였다는 것이다.푸코는 16~17세기 전체를 철학적 고전시대로 묘사했지만 미술에서는 세기별로 다시 더 구분되고 있다.

벨라스케스는 바로크 작가다.미술사를 모두 꿰뚫을 정도는 아니라하더라도 르네상스,바로크 정도는 누구나 구분하게 된다.세기별로 볼 때 15세기는 ‘초기 르네상스’ 시대다.레오나르도,미켈란젤로,라파엘로,티치아노가 대표하는 16세기는 ‘성기 르네상스’ 시대라고 불린다.그리고 그 다음인 17세기가 ‘바로크’다.바로크시대는 또 굉장한 대가들이 전 유럽에 포진해 있었다.네덜란드의 렘브란트,지금의 벨기에인 플랑드르의 루벤스 그리고 스페인의 벨라스케스가 당대를 대표한 유명한 작가들이다.보여주기의 정수,감동의 장면마다 등장하는 시각예술,유럽이 우리를 유혹하고 있는 모습이다.그 모두가 보여주듯 ‘라스 메니나스’가 우리 모두 알아야할 고전이라는 것도 또한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 최형순 미술평론가

정선에서 태어나 정선고·강원대를 졸업했다.서울대 미술이론 석사,홍익대 미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전북도립미술관 학예실장 등을 역임했다.1998년 구상전 공모 평론상을 수상하고 미술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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