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운행이 중단되면서 철로는 거둬지고 그 자리는 철도부지라는 이름으로 지역주민에게 불하되었다.실향민인 나의 아버지 역시 그 땅에 고구마와 깨를 심으며 망향의 시름을 달래곤 했다.이런 지역적 특성 탓에 나 역시 강릉으로 고등학교를 다니러 나와서야 생애 처음으로 기차를 봤고,경적소리가 울리면 임당동에서 강릉역으로 기차구경하러 가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강원동해북부지역 사람들에게 기차는 비행기보다 보기 힘든 교통수단이었다.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뒤 고향을 방문해서 천진역이었던 곳으로 유추되는 길가에 한참을 서 보았다.철도부지에는 외곽도로가 시원스레 나서 자동차가 세게 달리고 있었다.분단의 상처는 아물지 않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교류 사업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그 가운데 하나가 동해선 철도 연결이다.동해선은 구간상 강릉에서 제진까지 104킬로미터 구간이다.그러나 이 구간을 이으면 부산에서 청진으로 이어지는 동해바다를 차창으로 볼 수 있는 바로 남북횡단의 연결이다.이는 남북의 연결을 넘어 블라디보스톡을 경유해서 시베리아 철도로 유럽을 갈수 있는 노선이다.천진역에서 필자가 특파원 근무를 했던 베를린역으로 가는 유라시아 대륙 횡단의 꿈이 현실이 되는 것이다.나아가 이 지역 관광·경제활성화에 큰 기여를 할 것이다.이 참에 남북평화 무드 속에 전해오는 철도 연결에 대한 기대는 단순히 남북의 끊겨진 철도망을 연결하는 차원을 넘어 평화의 이음새를 연결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냉전의 섬에 갇혔던 사고를 확장시키면서 우리의 가치와 희망의 나래를 높이 날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보도를 보니 정부는 강원도에 사전준비를 주문한 모양이다.강원도는 남북평화시대를 견인한다는 차원에서 동해선 연결 작업준비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강원도가 남북평화시대 주도권을 확보하고,평화 이니셔티브를 선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동해선이 연결되는 날 긴 타향살이를 접고 새로운 이름을 찾은 천진역을 통해 귀향하는 꿈을 꾼다.울산바위가 병풍이 되고 동해바다가 가슴에서 파도치는 천진역 앞 옛집에서 경적소리를 자장가처럼 듣고 평화의 왁자지껄한 풍경을 만끽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