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채린 원주 호저초 교사
▲ 이채린 원주 호저초 교사
스승의 날이 코 앞이다.‘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적용으로 “음료수나 캔커피 등 어떤 학생이든 선물을 건네서는 안 되며 학생 대표가 아닌 일반 학생의 카네이션 선물은 한 송이라 해도 원칙적으로 청탁금지법에 어긋난다”고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유권해석을 내리고 두 번째 맞이하는 스승의 날이다.

교사인 나도 학생일 때는 스승의 날을 맞아 선생님들께 카네이션을 드렸다.초등학생일 때는 어머니가 챙겨주셨지만 중·고등학생 때는 담임선생님이나 좋아하는 과목 선생님께 드릴 카네이션을 직접 챙겼다.교사가 되고 나서는 학생들이 건네는 카네이션이나 선물을 받기도 했다.받으면서도 항상 마음이 불편했다.주고 싶어서 주는 것인지,부모님이 챙긴 것인지,주고 싶어도 살 수 없는 형편인 학생은 없는지….선물이나 꽃보다는 편지가 더 좋다는 말을 미리 하기도 하고 나는 너희들이 공부 잘 하고,건강하게,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는게 더 좋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5월 15일.세종대왕이 태어난 날이라는데,학생들과 만난 지 두 달 남짓이다.아직 만날 날이 여덟 달이나 남았다.지금 담임교사에게 고마움을 보이기에는 애매한 날들.그래서 스승의 날을 학년이 끝날 무렵으로 옮기자는 이야기도 많았다.또는 노동자의 날을 대신해서 스승의 날에 쉬자,차라리 없애버리자는 말도 그동안 많이 나왔다.교사들의 불편한 마음을 대변하듯 전북 이리동남초등학교 정성식 선생님이 ‘스승의 날 폐지 청원’을 올렸다.9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의했고 나 또한 그렇다.‘스승’이라는 말 속에 ‘무릇 교사라면 이러해야 한다’고 잣대를 들이대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스승’을 ‘교사’로 바꾸어도 불편함은 마찬가지다.선생들이 원해서 생긴 날이 아니다.1963년에 생겼다가 어느 대통령 때는 없어지기도 하고 1982년에 다시 생겨났다.‘청탁금지법이지만 그래도 꽃 한 송이는 보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부모의 불안감,아이 손으로 건네는 꽃 한송이를 ‘받을 수 없다’고 돌려 보내는 교사의 미안함,없으면 학생,학부모,교사 모두가 다 편한데 굳이 남겨두려는 까닭을 모르겠다.

교사라면 모두 한 마음,한 뜻이다.스승의 날에만 받는 편지,선물,꽃이 아니라 아이들이 보여주는 눈빛,행동 하나 하나를 소중하게 여긴다.감기에 걸려서 아프지만 학부모 공개수업에 절대로 빠져서는 안 된다고,엄마를 졸라서 학교에 온 아이의 눈빛.“아픈데도 공부하러 와 줘서 고마워”하는 말에 내게로 보내오는 따뜻하고 진지하고 모든 일에 열심인 눈빛을,교사라면 모두 다 안다.“자기도 모르게 몸이 저절로 움직인다”며 교실,복도에서 자꾸만 뛰던 아이가 “선생님,저 오늘은 ‘선생님 말 잘 들어야지’하면서 학교 왔어요” 건네는 말 속에 숨은 진심을,교사라면 모두 다 안다.아이들의 그런 눈빛,말,행동이 교사에게는 선물이다.1년 동안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선물.그 선물 덕에 우리는 아이들과 웃으며 살아간다.꽃을 받으면 되니 안 되니 하는 스승의 날 따위는,그래서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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