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행 대한불교 조계종 중앙원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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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일우(千載一遇).천 년 동안 겨우 한 번 만난다는 뜻으로,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좋은 기회를 이르는 말이다.지금,평화와 통일과 번영을 향한 우리 한반도의 정세가 딱 그렇다.

우리는 지난 4월 27일,판문점에서 열린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역사상 다시 맞이하기 힘든 천재일우의 기회를 얻었다.1,2차 남북정상회담이 있었지만,당시는 모두 정권 말기라 추동력이 약했고 국민적 공감대도 충분히 형성되지 못했다.북한 역시 진정성 있게 회담에 임했는지 의문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남북미중 4개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고,정권 초기인데다가 국민적 공감대도 폭넓게 형성되어 있다.국민의 85%가 판문점 선언을 지지하고 있다 하니 그 어느 때보다 평화와 통일을 향한 여건이 성숙해 있는 것이다.

소승은 단언하건대,한반도의 통일은 평창에서 싹이 튼 후 지난 남북정상회담을 거치면서 이미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남은 것은 마음속에 그어진 휴전선이다.5cm 높이에 50cm 넓이의 군사분계선을 넘는데 무려 65년이 걸렸다.그 어떤 장벽보다 높고 강고했던 분계선을 남북 두 정상은 아무 것도 아닌,그냥 선(線)으로 만들어버렸다.그렇게 쉽게 오갈 수 있는 선을 사이에 두고 우리 민족은 65년 동안 서로 총부리를 겨눈 채 살아왔다.그래서 마음속에 그어진 분계선은 지우기 쉽지 않을 것이다.15%의 국민은 남북정상회담을 ‘쇼’라며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통일은 100% 국민의 지지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온 국민을 설득하는 정부의 진정성이 필요한 까닭이다.

70년 분단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는 없다.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통일은 어느 날 아침 불현 듯 찾아올 수도 있다.올해 열반 35주기를 맞은 월정사 조실 탄허스님은 생전에 “통일은 어느 날 자고일어나면 올 것이다”라고 했다.지금 한반도 정세와 꼭 맞는 말씀이 아닐 수 없다.불과 반 년 전만 해도 우리는 전쟁을 걱정해야 했다.어느 날 불현 듯 이렇게 한반도에 봄이 찾아오리라 생각한 사람이 얼마나 되었을까.오랜 세월 이어진 강대강(强對强)의 대결과 극한투쟁을 접고 서로 한 발 양보하고 서로 고개를 숙이는 자세가 필요하다.이번 기회를 놓치면 통일의 길은 영영 사라질 지도 모른다.어쩌면 더 고약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온 국민의 여망을 모아 착실히 통일의 초석을 놓을 때이다.화엄사상(華嚴思想)에서는 ‘일중일체 다중일(一中一切 多中一)’이라고 했다.겨자씨만한 아주 작은 것 하나 속에도 일체 우주가 들어있고,삼라만상 속에도 하나의 진리가 관통하고 있다는 뜻이다.우리는 지난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 이 진리를 보았다.북한 최고지도자의 최초 방남,두 정상의 가벼운 월경,2018mm를 사이에 둔 회담,도보다리에서의 밀담,그 사이를 메운 새소리 등 그 작은 행위 하나하나 속에 평화의 의지가 담겨있었고 그것을 생생히 주시한 8000만 국민의 거대한 열망 속엔 통일의 꿈이 타올랐다.통일은 이처럼 이 모든 인연들이 모여서 이루어질 것(不守自性 隨緣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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